이탈리아서 주말 주택가에 사자 출몰…주민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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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14일 0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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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X(옛 트위터)
사진=X(옛 트위터)
이탈리아 로마 인근에서 서커스단을 탈출한 사자 한 마리가 한동안 거리를 배회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RAI)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로마 인근에 있는 인구 4만 2000명의 소도시 라디스폴리의 주택가에 갑자기 사자 한 마리가 출몰했다.

다음 날 이 지역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던 서커스단이 키우던 ‘킴바’라는 이름의 수사자가 우리를 탈출해 주택가까지 이동한 것이다. 경찰은 오후 3시경 서커스단 근처에서 첫 포획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사자는 마취총을 맞았지만 도망쳤다.

이에 라디스폴리 당국은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렸다. 라디스폴리 시장은 긴급 메시지를 보내 “서커스에서 사자가 탈출했다. 최대한 주의하시고 추가적인 안내가 있을 때까지 이동을 피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사자를 마주치거나 목격했다. SNS에는 주민들이 찍은 사자의 모습이 공유돼 화제가 됐다. 외출했던 일부 주민은 몇 시간 동안 차 안에 갇혀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주택가를 배회하던 사자는 오후 8시 30분경 2번째로 마취총을 맞았지만 또 도망쳤고, 결국 10시에야 경찰에 포획되며 7시간에 걸친 추격전이 막을 내렸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자가 거리를 배회하는 동안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수사자 한 마리가 어두운 주택가에서 주차된 차량 사이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에서는 서커스 동물 학대에 대한 논란이 재차 일었다. 일부 주민은 시장에게 “왜 동물 서커스를 허가해줬느냐”고 항의했다.

알레산드로 그란도 라디스폴리 시장은 SNS를 통해 “난 허가하지 않았고, 막을 수 있는 권한도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커스에서 동물 착취를 종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지 동물 보호 단체도 “동물과 함께 하는 서커스를 금지하는 법률이 도입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커스단의 동물 조련사인 로니 바살로는 8살인 킴바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살로는 “킴바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을 공격하려는 본능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20개 이상의 국가가 동물의 서커스 묘기를 금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관련법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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