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빅딜’은 없었다…‘줄타기’ 못내려오는 K반도체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10일 16시 01분


코멘트
3박4일에 걸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에도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엔 불확실성이 그대로 남게 됐다. 핵심 갈등 현안인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와 중국의 광물 수출제한 조치 등에서 기본적인 입장차만 재확인하며 우리 기업들은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1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전날(9일) 베이징 주중국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등을 둘러싼 양국 경제 현안에 대해 “양국은 중대한 이견을 보였다”며 “어느 누구도 미중 문제를 하룻밤에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옐런 장관은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 등과 관련해 “미국은 국가 안보를 지키고자 표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최근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강압적 조치가 늘어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고말했다. 중국 측에 ‘국가 안보를 내세운 대중 견제 정책을 거둘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이 핵심 쟁점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과 입장차를 재확인하면서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인한 마찰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지난 5월 ‘심각한 안보 위협’을 들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구매금지를 결정하며 미국에 보복했다.

위기감을 느낀 미 의회는 중국에서 마이크론 제품 구매금지 조치로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워서는 안 된다는 노골적인 요구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옐런 장관의 방중 직전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이 모두 국가 안보를 앞세워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국의 첨단기술 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을 통해 갈등 완화의 물꼬를 트길 기대했었다. 반도체를 고리로 한 미·중 대결구도가 첨예해질수록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입장은 곤란해진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은 미국과 중국을 모두 주요 생산기지이자 주요 수요처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제조 관련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 외교적인 문제로 불거지면 전기차 배터리 등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섣불리 ‘미국 패싱’을 시도하긴 어렵다.

문제는 미·중 갈등을 언제든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지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이달 중 자국 기업 및 자본이 중국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가로막는 새로운 규제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이달 내로 중국 첨단산업 부문 해외투자 제한, 저사양 반도체에 대한 수출통제 등을 추가로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역시 희귀 금속·광물 수출 통제 대상을 최근 발표한 갈륨, 게르마늄에 그치지 않고 추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줄타기’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다. 두 국가 사이에서 최대한 실익을 챙기면서 동시에 반도체 기술 개발도 소홀해선 안 되는 상황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중 관계가 파괴적 긴장 관계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국과 전략적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양극단적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