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바그너그룹 해외 사업 장악 시도…중동·아프리카에 손 뻗쳐

  • 뉴스1
  • 입력 2023년 6월 29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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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러시아 크렘린궁이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이 각지에 구축한 용병 사업을 접수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방문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은 더 이상 시리아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WSJ에 “시리아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바그너 전사들이 항구도시 라타키아에 있는 러시아 공군 기지로 오라는 명령을 받고 이에 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러시아 관리들은 바그너그룹이 활동하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등 아프리카 국가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해외 용병 네트워크를 통해 벌어들이던 돈을 러시아 정부의 몫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서방 관리들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에서 용병 사업으로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바그너그룹의 해외 수입원에는 수단의 금을 러시아로 수출하는 것,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아몬드를 아랍에미리트(UAE)로 수출하는 것, 파키스탄에 목재를 수출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무장 반란이 하루만에 끝난 이후 러시아는 곧바로 이 사업을 장악하는 데 나섰지만 얼마나 빨리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WSJ는 지적했다.

피터 팜 전 서아프리카 미국 특사는 “바그너그룹은 러시아가 영향력을 키우도록 도왔고, 러시아 정부는 그것을 포기하기 싫어한다”며 “문제는 (러시아 정부가) 복잡한 일을 관리하고 자세한 조사를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그룹 어디서 활동했나

약 3만명의 전투원을 거느린 바그너그룹은 중동과 아프리카 곳곳에서 독재 정권을 위한 용병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등에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의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중동의 시리아에 많은 인원이 분포해 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와 수단의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데 관여하기도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소외시키고 3개 대륙에 걸친 바그너그룹의 용병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이미 각지에서 바그너그룹의 활동을 경계하고 있었다. 우선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군 측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는 바그너그룹을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규정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리비아의 석유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리비아 최고 사령관에게 바그너그룹을 추방하라는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한때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의 민간인 살해 등의 사건과 관련해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 해 동안 바그너그룹이 러시아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인정했다. 해외 용병 사업을 통해 각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관여도를 높이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 등지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벌였다. 올해 초에도 전투원들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말리에서는 군사 정권이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실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바그너그룹에 매달 수천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 1월 바그너그룹은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의 선전 매체는 다음 목표가 태평양 연안의 코트디부아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중부의 차드에서는 바그너그룹이 반군을 도와 친서방 정부를 전복시키고 대통령을 살해하려 한다는 미국의 보고가 있었다.

올해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통제하기 위해 현지 군인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수단을 거쳐 두바이의 광물 거래 중심지로 가는 통로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그룹의 장비를 인수하고 전투원들을 향해 정식 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등 병력들을 통제 하에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프리고진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확장 전략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때 시리아에서 바그너그룹 사령관으로 일했던 마랏 가비둘린은 WSJ 인터뷰에서 “설립자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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