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CNN 출연한 트럼프 “대선 조작됐다” 패배 인정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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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 벌인 앵커에 “못된 사람”
“우크라戰 24시간내 해결” 주장도
CNN “트럼프 정직하지 않아” 평가
바이든 “저런 4년 더 원하나” 비판

자료: 뉴욕타임스(NYT)
자료: 뉴욕타임스(NYT)
“(들을) 준비가 됐나요? 말해도 됩니까?”(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네, 답을 듣고 싶네요. 그게 제가 질문한 이유입니다.”(케이틀린 콜린스 CNN 앵커)

“간단하게 말해서, 당신은 못된(nasty) 사람입니다.”(트럼프)

10일 미 뉴햄프셔주 세인트 안셀름대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콜린스 CNN 앵커가 나눈 ‘설전’ 일부다. 콜린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밀문서 유출 논란 등을 집요하게 묻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와 같이 응수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앙숙’ CNN에 전격 등장했다. 내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뒤 첫 TV 출연이자 2016년 대선 이후 7년 만의 CNN 출연이다. 이날 진행자로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부적절한’ 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로 백악관으로부터 출입 정지를 당한 콜린스 기자가 나섰다. 이날 대담은 시민들의 즉석 질문에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 “1·6사태 시위자들 사면할 것”
약 70분간 이어진 대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인정 여부였다. 대선 패배를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콜린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는 조작됐다. 멍청하지 않다면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선거 사기가 없을 경우에만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며 불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선 직후 최대 경합 주였던 조지아주의 주무장관에게 “사라진 (나의)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하며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는 “그런 적이 없다”며 일축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녹취록이 이미 공개됐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결과에 불복해 폭동을 일으킨 ‘1·6 의회 난입 사태’ 시위대에 대해 “대통령이 된다면 이들 상당수를 사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5일 워싱턴 연방지법이 의회 습격 혐의로 기소된 피터 슈워츠(49)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해 다른 주동자들도 큰 형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사태를 두고 “아름다운 날”이라고 하자 청중석의 강성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 “캐럴은 정신 나간 사람” 공격
지난해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다만 임신 후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해 묻자 그는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지난해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낙태권 논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한 태도였다.

전날 뉴욕 연방지법은 20여 년 전 성추행 사건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약 66억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 엘리자베스 진 캐럴을 두고 “나는 이 여성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또 캐럴을 “정신 나간 사람(whack job)”라고 부르는 등 지속적으로 조롱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다면 24시간 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말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 공화당이 연일 대립 중인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술에 취한 선원처럼 돈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담 직후 CNN은 “트럼프는 억제되지도, 정직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저런 4년을 더 원하느냐”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 선거 캠페인을 도와 달라”고 말했다. CNN 안팎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증명되지 않은 발언이 여과 없이 송출된 것을 두고 비판도 제기됐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cnn#트럼프 전 대통령#대선 패배 인정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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