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순간” vs “세습 귀족 반대”…대관식 거행 속 행사장 밖엔 인산인해

  • 뉴스1
  • 입력 2023년 5월 6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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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6일(현지시간) 성대하게 막을 올린 가운데 행사장 밖에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국왕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대관식은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시민들은 악천후에도 70년만에 열리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왕실 지지자들은 국왕을 가까이서 축하하기 위해 밤샘 야영을 강행했다. 한 남성은 영국 국가인 ‘갓 세이브 더 킹’(God Save the King)을 불렀고, 국왕의 황금 마차를 보자 환호성을 지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캐릴 홀은 자녀들과 행렬을 지켜보면서 “이날 행사는 역사의 일부다. 우리가 언제 또 이런 행사를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흥분이 된다. 분위기도 좋고, 모두가 친절하다. 행복하고 애국심이 느껴진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72세 힐러리와 그의 딸 조(47세)는 이른 아침부터 대관식을 보기위해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살아있는 역사다. (찰스 3세가) 결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같을 수는 없지만 그는 우리의 왕이며, 오늘 우리는 단지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53세 안토니나 스트레인은 여동생 이본 해버리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에서 영국에 도착했다. 런던에서 태어난 이들은 대관식이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은 “군주가 없는 영국은 상상할 수 없다. 군주제는 영국의 영혼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윌렌도 이날 행사를 위해 캐나다에서 날아왔다. 그는 “대관식을 위해 영국에 왔다. 나는 항상 군주제를 지지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두가 왕실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이날 군주제 반대 시민단체인 ‘리퍼블릭’의 대표가 체포되기도 했는데, 익명의 리퍼블릭 회원은 “경찰이 우리 회원 6명을 체포하고 수백 장의 플래카드를 압수했다”며 “(경찰은) 왜 우리를 체포했는지, 체포된 회원들이 어디에 구금돼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스미스 대표는 전날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군주제에 반대한다며 “대관식은 무의미한 허영 퍼레이드”라고 비판했다. 그는 영국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찰스 3세 국왕이 왕관을 쓰고 행진하는데 25억 파운드(약 4조원)의 혈세를 사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왕을 태운 마차가 지나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반 군주제 플래카드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실제 왕실에 대한 영국 젊은층의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 가운데 군주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53%에 달한 반면 18~24세 젊은층에서는 긍정 답변이 26%에 그쳤다. 불과 4년 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군주제를 옹호하는 젊은층 여론이 48%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때 지지율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최근 몇년사이 영국 왕실은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다. 엘리자베스 2세와 에든버러 공작(필립 공)의 3남 1녀 중 셋째이자 차남인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이후 피해자와 약 1200만 파운드(약 200억원)에 합의했다.

찰스 3세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는 지난 2020년 왕실에서 물러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뒤 왕실을 폭로하는 책을 발간해 논란이 됐으며 해리의 부인 메건 마클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이 영국 왕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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