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없는 日아베파 의원 99명…100명 넘으면 쪼개질까?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29일 0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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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없이도 99명으로 몸집을 키웠다. 파벌 규모가 100명이 되면 붕괴된다는 말이 떠도는 가운데 아베파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계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99명 된 아베파, 100명 넘어도 분열 없을까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3명의 의원이 27일 아베파로 입회했다.

초선이자 아베 전 총리의 조카, 기시 노부오(岸信夫) 전 방위상의 장남인 기시 노부치요(岸信千世), 요시다 신지(吉田?次), 시라사카 아키(白坂?紀) 등 3명이 아베파 소속이 됐다.

이로써 아베파는 총 99명(중의원 참의원 합계)으로 늘어났다.

자민당 내 최대파벌인 아베파는 이제 제2파벌인 55명의 아소(麻生)파, 제3파벌인 모테기(茂木)파(54명), 제4파벌 기시다파(46명) 등은 넘볼 수 없는 규모로 거대해졌다.

그러나 큰 몸집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한국의 여의도 격인 일본의 정계 나가타조(永田町)에서는 파벌의 결속에 균열이 생겨 분열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규모를 ‘100명’으로 보고 있다. “파벌이 100명 규모까지 부풀면 깨진다”는 말도 있다.

이른바 철통같던 결속을 자랑하던 옛 다나카(田中)파, 다케시타(竹下)파도 분열 당시 100명이 넘었다.

파벌이 100명으로 부풀면 붕괴되는 이유는, 인사 등 파벌 혜택이 모두에게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27일 아베파 총회에서 시오노야 류(?谷立) 회장 대리는 기자들에게 “(소속 의원이) 많다고 좋은건 아니다. 얼마나 강력하고 협력을 취하고, 일본의 정치에 확실히 기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베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도 지난해 5월 아베파 파티에 참석해 “(파벌 소속 의원) 수를 자랑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몇 명 더 오면 100명이 된다. 이럴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분열 위험성을 지적했다.

아베파가 지난해 7월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그의 후임을 선출하지 않다가 겨우 ‘회장 대리’를 내세운 배경에도 분열 우려가 있다.

차기 아베파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여러 명 가운데, 1명을 뽑았다가 나머지가 탈퇴하는 등 파벌 분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베파가 붕괴될 경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의 정권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베파 영향력 얼마나 세길래

최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오랫동안 실시한 대규모 금융완화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수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신중했다.

이유는 아베파 때문이다.

이달 초 경제학자 출신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은 일본은행의 새로운 총재로 취임했다.

당초 그의 인사가 결정되기 전, 아베파는 기시다파 수장 기시다 총리 측을 견제하고 나섰다.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의 핵심인 아베노믹스, 금융완화를 전환하려는 인사를 데려올까 경계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월 아베파 내에서 “아베노믹스를 부정하는 사람으로 충원한다면 국회 동의 인사에서 반항해 반대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하순 기시다 총리와 회식에 참석한 한 아베파 간부는 “(기시다 내각이) 일본은행 총재 인사에서 잘못하면 (아베파가 반발해) 세이와정책연구회(아베파)의 정국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의 움직임을 신경썼을까?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가 아베노믹스 등 배려에 주력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상순에는 “아베노믹스 부정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에 신경쓰고 있다고 주변에 말했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는 정부의 일본은행 총재 인선 발표 4일 전인 2월10일 아베파 간부에게 전화를 해 우에다 총재 기용 사실을 알렸다.

아사히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우에다 총재의 기용을 알리며 “금융정책은 변경하지 않겠다. 과거 제로 금리 해제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마음에 드는 인선이겠죠”라고까지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기시다파의 수장이다. 기시다파도 27일 소속 의원이 1명 늘어났다. 하지만 46명으로 제4파벌에 그친다. 정권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아베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아베파, 뿌리는 역시 아베에게

아베파의 뿌리는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에게 있다.

기시 전 총리가 이끈 기시파를 전신 삼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가 1962년 ‘당풍쇄신연맹’을 결성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총리 퇴임 후인 1979년 ‘세이와(?和)’회를 결성해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명칭은 ‘청렴한 정치는 인민을 평온하게 한다’는 정청인화(政?人和)에서 유래됐다.

1994년 세이와회 4대 회장으로 취임한 모리 전 총리가 현재 명칭인 세이와정책연구회로 바꿨다. 보통 파벌의 이름은 별도로 있으나, 회장으로 취임한 사람의 성과 ‘파(派)’를 합쳐 부른다. 기시다 총리의 기시다파도 원래 명칭은 고치카이(宏池?)다.

아베파는 헌법개정에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으며 비교적 강경한 대외 정책을 지행하는 매파 중 최대 파벌로 꼽힌다.

1990년대에는 회장 교체를 둘러싸고 분열을 거듭하기도 했다. 미쓰즈카 히로시(三塚博)가 회장이 되자 10명 이상, 모리 전 총리가 회장으로 취임하자 20명 이상이 파벌을 떠났다.

아베파 내에는 후쿠다 전 총리 계보, 아베 전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 전 외무상 계보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이 100명 이상이면 쪼개진다”는 일본 정가의 속설이 실제 작동할 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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