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세로’와 다른 결말…대만 동물원 탈출 원숭이 죽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3월 29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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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오위안시에서 올리브 개코원숭이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페이스북 我是新屋人
대만 타오위안시에서 올리브 개코원숭이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페이스북 我是新屋人
대만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원숭이가 도심을 떠돈 지 2주 만에 생포됐으나 얼마 안 가 죽음을 맞이했다.

28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대만 타오위안시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올리브 개코원숭이 한 마리가 포착됐다. 시 농업국은 원숭이를 포획하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하다 27일에서야 마취총을 이용해 포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원숭이는 죽고 말았다. 농업국은 원숭이의 몸 여러 군데에서 총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원숭이는 농업국 직원들이 설치한 그물망에 걸려들었을 당시 이미 심각하게 다친 상태였다.

수색에 참여한 한 사냥꾼은 당국 지시 하에 원숭이를 향해 엽총을 쐈다고 현지 매체에 증언했다. 포획 당시 직원들이 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한 농업국 관계자는 다친 원숭이 사진을 찍으면서 “딸이 반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가 개코원숭이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민들은 당국의 대응이 불투명하다면서 “왜 포획할 때부터 있었다는 부상에 대해 당국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포획 당시 과잉 대응해 원숭이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분노했다.

특히 이 원숭이는 시 곳곳을 누비는 동안 사람들을 향해 한 번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한다.

포획됐다가 죽은 개코원숭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관계자들. 페이스북 我是新屋人
포획됐다가 죽은 개코원숭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관계자들. 페이스북 我是新屋人
논란이 커지자 현지 경찰은 원숭이가 죽게 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사이먼 창 타오위안시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동료 중 일부가 신중하고 전문가답게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다”며 “시민들은 농업 당국에 동물복지에 대한 존중을 기대한다. 직원들은 이를 지켜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대만 동물원 관련 규제 부족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BBC는 “대만에서 동물원은 ‘사회 교육 기관’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동물 전문가가 아닌 교육부가 동물원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원숭이의 죽음은 최근 한국의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무사히 돌아온 것과 비교된다. 얼룩말 ‘세로’는 지난 23일 동물원에서 탈출해 도심을 누비던 중 탈출 3시간여 만에 마취총 7발을 맞은 뒤 포획됐다. 세로는 현재 건강한 상태로 동물원에서 안정을 찾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인근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 트위터
지난 23일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인근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 트위터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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