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보조금 조건으로 시설 접근권-초과이익 공유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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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부 보조금 지원공고 발표
국방부에 반도체 생산·연구개발 시설 접근 요구
초과 수익금은 보조금의 75%까지 환수
“백지수표는 없다…회계장부 공개 요구할 것”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아 생산되는 반도체는 미 국방부에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또 예상 수익을 훨씬 초과한 수익을 올린 반도체 기업엔 지원된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수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미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지원 세부 사항을 담은 지원공고(NOFO)발표했다. 75페이지에 이르는 지원공고는 “반도체는 미국 국방과 중요 인프라시스템의 기초부품으로 미국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며 “국가안보 임무를 수행하는 정부 기관과 계약업체는 반도체에 대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실험·생산 및 국가안보 프로그램으로 통합 가능하도록 미국 정부에 시설에 대한 접근을 기꺼이 제공할 기업을 찾는다”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 설비과 연구개발 시설에 대한 국방부와 미국 방위산업 기업에 접근권을 제공하는 기업에 보조금 지급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이나 연구개발 시설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해외기업들도 미 국방부와 방산 기업들에 반도체 우선공급은 물론 첨단 반도체 시설을 공개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국방부는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자금 지원을 받는 시설에서 제조된 최첨단 반도체에 안전하게 접근하게 될 것”이라며 “무기 시스템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군에 공급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원공고에는 보조금 신청 시 예상 수익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크게 초과하는 경우 초과수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상무부는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이상의 반도체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예상을 초과하는 수익의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익 공유는) 지원된 자금의 75%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며 “공유된 수익은 미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이 회계장부를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며 백지수표(blank check)는 없다고 밝혔다고 야후 파이낸스 라이브는 전했다.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은 중국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선 “국가안보 우려의 원천이 되는 특정 국가에서 제조 능력을 확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인 조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조금을 지원받는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공장을 증설할 수 없다는 것. 또 첨단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이들 국가의 기업과 제휴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상무부는 또 보조금을 지원 받는 반도체 기업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추가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무부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대해선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사내 어린이집 설치 등 보육 지원 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방침이다. 반도체과학법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늘면서 인력부족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한국, 일본 등과 생산 규모 조정을 논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WSJ에 “인도태평양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는 국가들과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협정을 맺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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