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먹히는 시진핑 지시… “장쩌민 추도 3분 묵념”에 시민들 외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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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14억명 전원 묵념’ 사전공지
놀이공원 폐쇄-온라인 게임 막아
시진핑, 反정부 백지시위 겨냥
“적 압도해야… 머리 숙일 수 없다”

화장 전 마지막 인사하는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해방군종합병원에서 장쩌민 전 주석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장 전 주석은 이날 바바오산(八寶山) 혁명공원으로 옮겨져 화장식이 거행됐다. 시 주석은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추도대회에서 “장쩌민 동지는 국내외의 엄중한 정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제 건설이란 중심을 견지하고, 
공산당 일당 통치 등 체제 유지 원칙을 고수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AP 뉴시스
화장 전 마지막 인사하는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해방군종합병원에서 장쩌민 전 주석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장 전 주석은 이날 바바오산(八寶山) 혁명공원으로 옮겨져 화장식이 거행됐다. 시 주석은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추도대회에서 “장쩌민 동지는 국내외의 엄중한 정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제 건설이란 중심을 견지하고, 공산당 일당 통치 등 체제 유지 원칙을 고수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AP 뉴시스
6일 오전 10시 중국 전역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사망을 애도하는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장 전 주석의 국장(國葬) 격인 추도대회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해 참석자 수천 명이 고개를 숙이고 사이렌이 멈출 때까지 3분간 묵념했다.

인민대회당 밖은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인민대회당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량마차오(亮馬橋) 인근에서는 곳곳에 공안(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사이렌 소리에도 시민들은 묵념하지 않은 채 거리를 이동했다. 차량들도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선 최근 당국의 검열과 통제에 항의해 ‘백지’를 든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중국 당국은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날 하루 놀이공원을 폐쇄하고 온라인 게임 서비스까지 중지시켰지만 시민들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 시진핑 “고개 숙일 수 없다”
지난달 30일 사망한 장 전 주석 추도대회는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 주석은 추도사에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국내외에서 엄중한 정치 풍파가 일어났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이른바 제재를 가했다”면서 “장쩌민 동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경제 건설이란 중심을 견지하고, 선명하게 공산당 일당 통치 등 체제 유지 원칙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엄중한 정치 풍파’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가리킨다.

특히 시 주석은 “국내외 엄중한 정세와 다른 사회제도·사상체계 간 대립과 투쟁이 항상 모든 당원을 시험하고 있다”며 “모든 적을 압도하는 영웅적 기개가 있어야 한다. (장 전 주석이 말한 것처럼) 사람은 고귀한 머리를 숙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퇴진 구호까지 등장한 ‘백지 시위’를 강하게 단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던 장 전 주석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반정부 시위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적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이날 시 주석은 50여 분간 추도사를 읽으면서도 눈물을 보이거나 흐느끼지 않았다. 1997년 덩샤오핑 사망 당시 추도사를 낭독했던 장 전 주석은 수차례 흐느끼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장면도 여러 번 보였다.

이날 추도대회엔 역대 지도부 중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와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이 참석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추도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전날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혁명공원에서는 송별 의식이 열린 가운데 장 전 주석의 시신이 화장됐다. 이 자리에는 시 주석을 포함한 현직 최고지도부 인사들뿐만 아니라 후 전 주석도 참석했다.
○ 3분간 금융 거래도 중단
중국 당국은 사전 공지를 통해 이날 추도대회 시작과 함께 전 중국인 14억 명이 3분간 묵념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전국에 방공 경보가 울렸다. 중국 내 주식과 선물, 외환 등 모든 금융 거래도 3분간 일시 중단됐다. 추도대회는 중국중앙(CC)TV가 생중계했다. 주요 동영상·뉴스 사이트는 추도대회 관련 영상을 메인 화면에 걸었다.

이날 하루 체육·오락 활동도 금지됐다. 테마파크로 유명한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폐쇄됐다. 텐센트 등 중국 주요 게임 업체들은 이날 0시부터 24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농구연맹은 예정됐던 경기를 연기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장쩌민 추도#반(反)정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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