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中 전례 없는 반응하겠지만 무력충돌 가능성 낮아”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5일 23시 02분


코멘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대만 방문 계획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 간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CNN은 25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과 관련한 중국 대응이 “전례가 없을 수는 있지만 무력 충돌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미군이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에 대해 “지금 당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펠로시 의장은 다음날인 21일 대만에 대한 지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안보를 이유로 그 어떤 여행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거부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이 했던 말은 아마도 군대가 나의 비행기를 격추하거나 그와 비슷한 것이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낸시, 내가 당신과 함께 가겠다. 나는 중국에서는 (입국이) 금지됐지만, 자유를 사랑하는 대만은 아니다. 거기서 보자!”는 글을 올렸다.

미 관리들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중국이 대만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정부가 어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대응이 무력적 요소와 관련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인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중국은 대만 해협 위기 이후 가장 강력하고 전례없는 대응 조치로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50년대 대만 해협 전역에서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수립된 지 10년이 지난 후 두 차례에 걸쳐 대만이 통제하는 여러 섬들을 포격했다.

마지막 제3차 대만 해협 위기는 1995년~1996년에 발생했다. 1995년 7월 당시 대만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모교인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미 정부에 신청한 비자가 발급되자, 중국이 이에 격분해 대만 해협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촉발됐다.
이 위기는 미국이 대만에 대한 강력한 지원 표시로 대만 해협에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한 후에야 끝났다.

스 교수는 “펠로시가 (대만) 방문을 계속 (강행)한다면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군사적으로 반응할 준비를 확실히 할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의 상황은 매우 긴장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에 따르면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1997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한지 며칠 만에 대만 타이페이를 찾아 리 총통을 만났다. 당시 깅리치는 리 총통에게 대만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중국 지도자들에게 경고했다고 말했다.

깅리치는 당시 자신이 중국으로부터 받은 반응은 “조용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적으로는 깅리치의 대만 방문을 비판했지만, 그것은 외교적인 수사에 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5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더 강력하고, 더 강한 힘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이익에 대한 무시나 도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분명하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드루 톰슨 방문 수석 연구원 “시진핑의 베이징은 완전히 다른 정권이다. 중국은 정책 결정이나 행동에서 중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국가에 비용과 결과를 부과할 수 있는 보다 단호한 입장에 서 있다”면서 “그래서 (지금) 중국은 1997년 뉴트 깅리치가 방문했을 때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진핑 정권 하에선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무력으로 대만과 “통일”하는 것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전 총편집인 후시진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중국이 대만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거나 인민해방군이 군용기를 보내 그를 맞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대만 자치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것이며, 양안 관계는 최근 수십년래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긴장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에 군용기를 진입시키는 무력시위를 강행했고 대만도 전투기를 출격시켜 경고를 보내기는 했지만, 중국 군용기가 대만 영공에 진입한 적은 없다.
후시진은 “대만군이 중국군 전투기에 감히 사격을 가한다면 우리는 대만 전투기를 격추시키거나 대만군 기지를 타격하는 방식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이 전면전을 원하면, 그 다음엔 대만 해방을 위한 순간이 온다”고 주장했다.

대만에 대한 후시진의 이처럼 호전적 발언은 오랫동안 중국 민족주의 단체에 영향을 미쳐왔지만 중국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데다, 이전에 그가 대만에 대해 위협했던 발언 중 일부는 공허한 주장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톰슨 수석 연구원이 지적했듯이 후시진 발언이 언론 통제가 심각한 중국에서 검열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산당 내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CNN은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은 중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추진되고 있다. 오는 8월 1일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기념일이고, 10월에는 시 주석의 3번째 임기가 결정되는 공산당 20차 당 대회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가 중국으로부터 더 강력한 대응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당이 안정을 보장하고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톰슨 수석 연구원은 중국 경제 둔화, 부동산 위기 심화, 실업률 증가, 코로나19 제로정책 등 산재한 문제들을 언급하면서, “솔직히, 시진핑이 20차 당대회 직전에 군사적 갈등을 도발하기에는 좋은 시기가 지금은 아니다.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그가 처리해야 하는 다른 모든 위기들에 ( 또 다른) 위기를 조장하지 않는 것이 시진핑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든 측정되고 계산된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확실히 대만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려고 시도할 것이지만, 특히 위험하거나,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들 수 있는 그 어떤 것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 교수 역시 미중 간 긴장이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데 동의했다.

그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이 우연히 제어할 수 없게 되지 않는 한 미중 사이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 교수는 중국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첫째, (중국은) 전례없는 대응을 단호하게 취해야 한다. 둘째, 미중 군사적 충돌을 막아야 한다”며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