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곳에 다니며 의대 합격한 美 13살 흑인 소녀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1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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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의과대학은 일반적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13살의 나이로 평균보다 10살 빠르게 의과대학 진학이 확정된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알레나 아날레 위커는 영화관에 가고, 축구 경기를 하며 빵을 굽고 친구들과 외출하는 등 보통의 청소년의 삶을 즐긴다. 그러나 다른 청소년들과 달리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그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와 오크우드 대학교에서 각각 생물학 학사 학위과정에 있는 학생이다. “난 아직 13살이지만 시간관리를 아주 잘하고 부지런하다”고 했다.

알레나는 지난 5월 앨라배마 대학교 히싱크의과대학 2024년 입학 자격을 얻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지원자에게 부여하는 조기 입학 보장을 받은 것이다. 알레나는 다른 의대 입학생보다 평균 10년 이상 나이가 어리다.

대부분의 수업을 포트워스 교외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소화하는 알레나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어려서 못할 일은 없다. 온 힘을 쏟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알레나가 3살일 때 어머니가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머니 다프네 맥카터는 “알레나는 재능이 뛰어나다. 행동이나 발전 속도가 남달랐다. 그때 벌써 책을 통채로 읽었다”고 했다.

알레나는 새로운 걸 배우기가 쉬웠다고 했다. 학교에 입학해선 놀림도 많이 받았다. “괴롭히는 남자 아이들이 있었다. ‘똑똑한 바지저고리’라고 놀렸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몇 년 동안 홈스쿨링을 했다고 했다.

5학년이 돼 다시 학교로 돌아갔지만 이미 집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였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 공부량을 늘렸다.

알레나는 산수를 잘했고 기하는 직관적으로 통달했다. 생물은 누워 떡먹기였다. “지루했다. 고등학교 수업이 너무 쉬워서 12살에 이미 모두 끝냈다”고 했다.

방과후 수업은 너무 즐거웠다. 하퍼 리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가다”와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을 한 숨에 독파했다. 학교수업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학교가 좋았고 공부가 좋았고 읽기가 즐거웠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이 특별히 재미있었다고 했다.

알레나는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다. 신흥 자선사업가다. 1년 반 전쯤 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재능이 있는 유색인 소녀를 지원하는 ‘갈색 STEM 소녀’ 재단을 출범했다.

국가과학위원회에 따르면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28%만이 여성이며 그중 5명만이 유색인이다. 알레나는 이를 바꾸기로 했다.

“나같은 사람도 있으며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걸 알리고 있다”고 했다. 재단은 지원자를 엄선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멘토링 등을 한다고 했다. 현재 대상자가 460명이고 2000명이 대기하고 있다면서 재단은 기부를 받아 운영된다고 했다.

그는 자기같은 소녀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세상 모든 재능있는 소녀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알레나는 또 몇 년 동안 연설을 해왔으며 상도 여러차례 받았다. 최근 타임지의 2022년 올해의 최고 어린이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친구들과 평범한 청소년 생활을 즐기려 노력하지만 학업과 업무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오래도록 꿈꾸던 최연소 미 항공우주국(NASA) 인턴도 했다. 지난해 NASA 랭리연구소장 클레이턴 터너가 대학진학을 하는 12살 소녀가 NASA 근무를 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멘토가 됐다. 그곳에서 알레나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라카나다 제트추진연구소와 원격 실험을 하는 등 여러가지 활동을 했다. 터너 소장은 알레나가 머리가 뛰어난 것은 물론 남을 도우려는 마음도 크다고 했다.

당초 공학도가 되려던 알레나는 학사과정을 거치면서 진로를 바꿔 의사가 되기로 했다.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학과를 취소하고 전공을 바꿔 생물학 첫 수업을 들었을 때 이게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의사가 되면 남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바이러스 면역학에 관심이 많다. 또 보건 지원이 적은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이 조기 입학신청을 권했고 “그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중 한 사람이 엘레인 밴터풀 오크우드대학교 생물학과장이다. 알레나는 수업은 대부분 집에서 온라인으로 듣지만 실험을 하기 위해 학교에 간다. 밴터풀 학과장은 “정말 재능이 뛰어나다. 동기와 의욕이 넘친다. 정말 잘해냈다. 그냥 할만큼 하는 걸로 끝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밴터폴 학과장이 가능성이 적은 걸 알면서도 의대 지원을 권했다. 미 의과대학 입학승인률은 7%에 불과하며 입학생의 7%만이 흑인이다.

알레나는 팔로워가 1만8000명인 인스타그램에 “통계적으로 볼 때 입학은 불가능했다”고 썼다. 알레나는 자신이 성공한 데는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뭐든지 해보도록 해줬고 크게 생각하고 멀리 보라고 가르쳤다.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어머니 맥카터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했기 때문에 사이가 좋다. 주관이 아주 뚜렷한 아이”라고 했다.

알레나에게 너무 빨리 큰 거 아니냐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을 정말 재미있게 보냈다”고 했다.

시간이 남으면 스포츠를 즐긴다. 축구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또 친구들과 쇼핑하는 것도 좋아한다. 노래와 요리, 여행도 좋아한다.

알레나는 자신이 나이는 성공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누구라도 포기하지 마라. 그걸 네가 못한다는 말을 듣지 마라고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오는 2024년 봄에 2개의 학위를 따는 알레나는 가을에 의대에 진학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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