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점령 지연에…푸틴, 야전 총사령관 경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7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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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장 총사령관인 알렉산드로 드보르니코프 장군을 ‘돈바스 점령 작전 지연’을 이유로 경질했다는 영국 국방부의 관측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 실패에 이어 돈바스 점령까지 지체되며 푸틴 대통령이 전쟁의 진행에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5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 국방부를 인용해 드보르니코프가 동부 돈바스 점령 작전의 지연에 따라 경질됐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 초기 키이우 점령에 실패하자 돈바스 지역 점령을 새로운 목표로 세웠으나, 이마저도 지연되며 경질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4월 10일 전쟁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드보르니코프는 한 달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새뮤얼 라마니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드보르니코프가 돈바스 지역의 점령 기한을 지키지 못해 경질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루한스크주의 요충지인 세베르도네츠크를 10일까지 점령하라는 기한을 줬으나,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한 채 본인 특유의 전술 작전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25일에야 세베르도네츠크 점령을 발표했으며, 그마저도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목표한 만큼의 점령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드보르니코프가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다는 점도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잃은 이유로 지목된다. 영국의 한 탐사보도 매체는 드보르니코프는 전쟁 중 과한 음주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리아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장교들 사이에서 명성이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드보르니코프는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 당시 병원과 학교를 포함한 시리아의 민간 지역을 폭격해 러시아군에 승리를 가져다줘 ‘시리아의 도살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 탐사매체는 “(드보르니코프는) 강인한 전략가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부대를 조율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술을 과음하며, 근거 없이 한밤중에 전쟁을 시작하는 등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군 간부를 경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3월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8명의 러시아 육군 장성을 해임했고, 연방보안국(FSB)이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며 수장을 교체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의 한 군사 분석가는 장군들이 자주 교체되며 러시아 군의 조직체계가 흐트러졌다며 “최전선에서 최고 장성이 전술 지휘관 역할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절망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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