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전파력 강한 이유는…“세포 결합 잘되는 돌기 때문”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17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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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견된 지 한달도 안 된 사이에 전 세계 90개국으로 확산하고 영국에서는 이미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각종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도 아직 오미크론의 정체에 대해 최종적인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 성과를 종합 정리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다음은 기사요약이다.

◆스파이크의 모양

오미크론 변이는 약 50개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36개가 모두 중요한 스파이크(돌기)에 생긴 것들이다.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스파이크로 인간세포에 붙은 뒤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이 스파이크 돌연변이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얼마나 되는지, 증상이 얼마나 강한지, 백신과 면역체계가 오미크론을 잘 방어할 수 있는지 등이 이와 관련된다.

과학자들은 이제 막 오미크론의 비밀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변이가 스파이크의 어느 곳에 발생했는지가 핵심 단서가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들은 세가지 단백질이 꼬여있는 형태다. 뿌리가 3개인 브로콜리의 윗부분 모양과 흡사하다.

각 단백질의 줄기는 수용체결합영역(RBD), N말단영역(NTD), 퓨린분절부위(FCS)로 나뉘는데 돌연변이는 이 세 부위에 발생한다.

◆감염력의 핵심: 수용체결합영역

이 부위에 있는 아미노산이 세포수용체에 달라붙어 자물쇠를 여는 열쇠역할을 함으로서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유전자 서열을 살펴보면서 이들 영역에 생긴 15가지 돌연변이 중 일부가 바이러스가 세포에 더 강하게 달라붙도록 한다는 것과 다른 돌연변이들이 이 결합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강한 결합력 때문에 오미크론은 기존의 다른 변이들보다 더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여러 지역에서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가 델타 변이의 2~3배에 달하는 사실이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보여준다.

오미크론 유전자 서열을 분석한 스크립스 리서치의 과학자 마크 젤러는 “델타보다 더 감염이 잘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스파이크 단백질은 또 인간의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중화항체라는 이름의 특수부대가 이 부위에 달라붙어 스파이크가 세포수용체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 것이다. (단일클론항체를 사용한 치료제가 중화항체의 대표적 사례다.)

이 항체들은 기존 변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를 공격할 수 있게 개발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기존 바이러스 변이들의 스파이크들은 모양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스파이크는 기존 바이러스 스파이크와 크게 달라서 항체가 달라붙기 어렵다.

수용체결합영역을 야구 포수의 글러브과 비유하자면 돌연변이 10개가 글러브 복판에 있는 꼴이다. 이 글러브 중앙에 있는 아미노산이 세포수용체와 직접 상호작용을 한다.

이 돌연변이들 가운데 N501Y라는 돌연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코로나 바이러스 돌연변이에도 있는 것이다. 이 돌연변이는 세포수용체에 바이러스가 잘 달라붙게 하며 항체를 밀어낸다. 그러나 이 돌연변이가 오미크론에 있는 다른 돌연변이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베타와 감마 변이에는 E484K 돌연변이가 있다. 이 돌연변이는 특정 중화항체가 달라붙는 지점의 모양을 변형시켜 중화항체를 무력화한다. 오미크론에는 이 부위에 다른 아미노산이 있어서 면역체계의 표적을 변형시켰기 때문에 항체가 오미크론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소트로비맙이라는 단일클론 항체치료제는 오미크론 변이를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면역의 핵심: N말단영역

이 영역의 기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돕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항체가 이 영역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밝혀져 있다. 백신으로 만들어진 항체든 감염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든 마찬가지다.

오미크론의 경우 N말단 영역이 크게 변형돼 있다. 아미노산 4개의 위치가 달라져 있고 세 부위에서 모두 6개의 아미노산이 탈락했으며 한 부위에만 3개의 새로운 아미노산이 추가돼 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변형이 크기 때문에 항체가 달라붙기 힘들어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오미크론이 항체에 의한 면역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 초기에 확인됐지만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맞은 사람은 코로나 감염이 중증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밝혀져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중증화 정도는 차이가 크다.

◆중증화의 핵심: 퓨린분절부위

바이러스가 일단 세포안으로 들어가면 세포 기전을 휘저어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공장으로 바꾸게 놓는다.

새 바이러스가 공장이 된 세포에서 벗어나면 사람의 퓨린효소가 바이러스 돌기를 잘라내 활성화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돌기가 몸통에서 잘라지는 부위를 퓨린분절부위라고 한다.

돌기가 잘라진 뒤 진행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해 아직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세포막을 융합시키는 과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바이러스가 항체에 노출되지 않고 세포들 사이를 오갈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은 밝혀져 있다.

모든 바이러스가 퓨린분절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퓨린분절부위가 있는 바이러스가 세포들 사이에 잘 확산된다. 이 점이 SARS-CoV-2 코로나 바이러스가 폐 깊숙한 곳에 침투해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다.

오미크론 변이의 퓨린분절부위에 모여 있는 다수의 돌연변이가 오미크론이 더 세포에 잘 침투하도록 한다. 알파 변이는 원래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이 부위가 강화돼 있으며 델타 변이는 알파보다 더 강화돼 있다. 델타 변이가 전파력이 큰 이유가 681 위치에 변이가 발생한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 부위에 있는 오미크론 변이는 알파 변이와 같으며 델타 변이와는 다르다. 변이가 퇴보한 셈이다. 그러나 오미크론은 인근 지점에 오미크론에만 있는 돌연변이가 2개 있다. 이 세 변이가 결합한 것이 델타보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니면 차이가 없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 데이타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증상이 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감염력이 큰 변이지만 희망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돌연변이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약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변이가 다른 변이들을 밀어내려면 일부 변이나 변이들의 조합이 기존 바이러스 변이들보다 우월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복제를 더 쉽게 만들거나 감염력이 커지거나 면역시스템을 잘 돌파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미크론은 현재 이 세가지 경우 중 2가지 또는 세가지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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