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못 사니까 샤넬이라도 산다”…韓 명품 소비 집중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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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6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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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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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물,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를 위해 줄을 서지 않던 한국인들이 유독 명품 소비에 집착하게 된 이유를 외신이 집중 조명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인들은) 1000만 원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서 ‘오픈 런’(백화점 오픈 전 줄을 서 대기하는 일)을 한다”며 “한국의 구매자들은 프랑스 브랜드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코로나 확산이 가장 심각한 시기에도 한국에서 생필품 사재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었다. 대신 그들은 오전 5시부터 백화점 밖에 줄을 서서 샤넬 가방을 사는 새로운 습관을 길렀다”고 전했다.

통신은 한국인들이 명품 소비에 열광하는 이유가 보복 소비와 집값 급등 등의 사회 현상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통신은 해외여행 금지, 외출 자제로 인해 억눌려있던 소비 심리가 고가의 제품 구매로 분출되는 ‘보복 소비’가 명품 소비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통신은 “코로나 탓에 해외 쇼핑이 제한되면서 사람들이 남은 돈을 명품 소비에 쓰면서 (오픈 런이)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소비 규모는 142억 달러(약 16조8000억 원)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이는 미국·캐나다·일본·프랑스·영국·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시장 규모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샤넬이 한국에서 운영 중인 매장은 불과 9곳에 그치지만, 지난해 전체 매출의 8.5%를 한국에서 벌어들였다. 해당 수치는 면세점 매출액과 향수, 시계, 뷰티 제품의 판매액 등을 종합한 것이다.

또 통신은 돈이 있다 해도 살 수 없는 ‘희소성’이 명품 소비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하면서 “샤넬코리아는 올해 들어 특정 품목 가격을 4차례 인상했는데, 이것이 더 많은 수요를 유발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조모 씨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샤넬이 계속해서 가격을 인상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표일 것”이라며 “사람들이 샤넬을 더 원하는 이유는 샤넬을 살 여유가 있다고 해도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얻는 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샤넬은 실제로 지난 10월부터 일부 패션 제품에 한해 구매 수량 제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샤넬의 대표적 인기 제품군인 ‘타임리스 클래식 플랩백’과 ‘코코핸들 핸드백’은 1년에 1점씩만 구매할 수 있다. ‘스몰 레더 굿즈’ 항목 제품 또한 한 사람이 동일 제품을 1년에 1점씩만 살 수 있다.

통신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집값 폭등을 명품 소비의 이유로 꼽았다. 2030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라버린 집값 탓에 이들은 저축한 돈을 당장 즐길 수 있는 곳에 쓴다는 것이다.

통신은 “KB금융그룹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6억700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두 배 이상 치솟아 11월 기준 12억4000만 원으로 올랐다”며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을 밑도는 2030세대에게 이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신은 샤넬이 내년에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2017년 7월 324만 원이던 샤넬 미니 플랩백 가격이 현재는 66% 오른 539만 원”이라며 “같은 기간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25%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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