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세 바이든 조롱… 美, ‘레츠고 브랜던’ 구호 신드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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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 우승 브랜던 인터뷰중, 관중석의 바이든에 대한 욕설을
기자가 우승자 응원 함성으로 착각… 공화 지지자들, 바이든 비판에 이용
SNS 확산… 티셔츠-노래에도 등장, 미국인들의 바이든 국정 불만 반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레츠고 브랜던(Let‘s go Brandon)’이 미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스턴대와 시러큐스대가 맞붙은 미식축구 경기장에서는 이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위쪽)가 걸렸고 온라인 쇼핑몰에는 
티셔츠도 등장했다(아래 왼쪽). 야당 공화당의 로런 보버트 하원의원은 이 구호가 적힌 원피스를 입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다(아래 오른쪽). 시러큐스=AP 뉴시스·트위터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레츠고 브랜던(Let‘s go Brandon)’이 미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스턴대와 시러큐스대가 맞붙은 미식축구 경기장에서는 이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위쪽)가 걸렸고 온라인 쇼핑몰에는 티셔츠도 등장했다(아래 왼쪽). 야당 공화당의 로런 보버트 하원의원은 이 구호가 적힌 원피스를 입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다(아래 오른쪽). 시러큐스=AP 뉴시스·트위터 캡처
“레츠고 브랜던(Let‘s go Brandon).”

‘힘내라 브랜던!’ 정도로 해석되는 이 짧은 구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쓰이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레츠고 브랜던’이라고 적힌 모자와 티셔츠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고 스포츠 경기장의 현수막에까지 이 문구가 등장하는 등 관심을 끌면서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졌다. 추락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과 고전하고 있는 정책 이행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구호의 시작은 지난달 2일 미국 앨라배마주 탤러디가에서 열린 미국 최대 자동차경주대회 나스카(NASCAR)였다. 이날 우승자인 브랜던 브라운(28)이 NBC스포츠 방송과 생중계 인터뷰를 하고 있던 중 뒤편 관중석에서 열띤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인터뷰를 하던 기자는 “관중이 ‘레츠고 브랜던’이라며 환호하고 있다”고 현장에서 해설했지만, 나중에 이 구호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욕설(F*** Joe Biden)’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고 일종의 정치풍자 밈(meme)으로 활용했다. ‘레츠고 브랜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기 시작했다. 주로 경기장에서 응원 구호로 쓰이는 리듬과 연호인 만큼 각종 스포츠경기장에서도 잇따라 사용됐다. 지난달 30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린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선 경기를 관전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관중이 ‘레츠고 브랜던’을 연호하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소 짓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 구호가 관심을 끌면서 정치색이 짙지 않은 일반인들까지 즐기듯 사용하는 분위기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는 ‘레츠고 브랜던’이 적힌 티셔츠와 모자, 마스크가 여러 디자인으로 수십 종 올라오고 있다. 로자 알렉산더가 발표한 ‘레츠고 브랜던’이라는 제목의 랩송은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했다.

공화당의 빌 포지 하원의원은 지난달 21일 의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안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레츠고 브랜던”을 외치는 것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제프 덩컨 하원의원은 이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의회에 나타났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 구호 때문에 일부 승객들로부터 보이콧 당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31일 이 항공사의 조종사가 기내 방송을 하면서 “레츠고 브랜던”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발끈한 것이다. 이들은 조종사가 징계받을 때까지 이 항공사 비행기를 타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드문 일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극우 이미지가 씌워진 ‘개구리 페페(Pepe the Frog)’로 그려지는 밈이 유행했다. 그러나 ‘f’자 욕설이 들어가는 원색적인 구호는 풍자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민주당 측은 반발하고 있다.

‘레츠고 브랜던’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데에는 최근의 치솟는 물가, 물류대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내부 분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혼란 등에 대한 미국인의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탠리 렌슨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정치학)는 “(바이든에 대한) 분노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넘어 그 이상으로 퍼지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취임 10개월 만에 최저치인 38%까지 떨어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레츠고 브랜던#바이든#지지율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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