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지침 해제, 펜타곤은 모르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5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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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21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지침을 완전히 해제하기로 합의한 직후 미국 국방부 언론브리핑에서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이 나왔다. 한미 미사일지침의 해제는 기존에 800km 제한에 묶여 있던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풀어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까지 사정거리에 둘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내용을 좀 더 알아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는 게 어떠냐”며 “미사일 지침 종료를 알고 있지 않다(I am not just aware of this)”고 재차 말했다.

이에 본보 기자가 한미 미사일지침의 내용 설명과 함께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미치는 함의가 있는 내용이 아니냐’며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나중에 알아보고 알려주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불과 사흘 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국방 분야 주요내용에 대해 펜타곤이 브리핑에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을 두고 ‘한국의 관심에 비해 미 국방부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했다’고 명시돼 있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도 한미 미사일지침의 해제 사실을 전하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한미 방위비 협정 타결과 더불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라고 발언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이에 대해 “미사일 사거리의 제한을 푸는 문제는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가 비확산 차원에서 협상을 해온 것”이라며 “실제 미사일의 개발과 배치, 운용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는 국방부 대변인실이 잘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언급된 것과 관련,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경우 한국에 어떤 것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대만해협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으며, 우리는 대만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백신지원 시기 및 방식에 대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백신을 공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백신 제공이 올해 여름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대비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장 효율적인 훈련이 되도록 지속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결정은 비무장지대를 포함해 한국에서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근무하는 특별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한국 측과 밀접히 접촉하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미군들을 보호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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