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트럼프, 김정은 힘만 키워줘” 美 대북정책 등 비판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3-05 13:35수정 2021-03-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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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회고록 ‘단호한: 분열된 세계에서 국가들의 단합’ 발간
사진 동아DB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곧 발간할 회고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對) 북한 이란 대응을 비롯한 전반적인 외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힘만 키워줬다고 지적했다.

4일 유엔의 온라인매체 패스블루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올 6월 출판될 자신의 회고록 ‘단호한: 분열된 세계에서 국가들의 단합’의 서문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포퓰리스트 불량배들은 아마도 가장 비효율적인 외교관”이라며 “자기중심적인 이런 리더들은 자신의 전략을 노출하고 성과를 자랑하는 데, 이는 국제 외교 관례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계속 국민들에 약속해 왔는데, 이는 이 협상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줌으로써 김정은의 힘만 키우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가 북핵 협상의 목표를 한반도 비핵화에서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것으로 바꾼 데에도 분노를 표시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의 북미 대륙에 대한 영향만 생각하고 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이는 아시아에게 큰 우려가 됐다”며 “동맹국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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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은 이밖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대 이란 정책에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국가들 사이의 분열, 일부 지도자들에게서 나오는 증오의 수사,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이 어느 때보다 우려스럽다”며 파리기후협약,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보이콧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부 국가’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는 일방주의적인 외교 노선으로 각종 국제기구나 협약에서 잇달아 탈퇴했던 트럼프 행정부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패스블루는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유엔 사무총장직에서 퇴임한 이후인 2017년 니키 헤일리 당시 주유엔 미국 대사를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헤일리 대사에게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이 재앙적인 실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핵합의에서 탈퇴하면 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얻겠느냐.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전 총장에 따르면 이 때 헤일리 대사도 그의 이런 지적에 동의하고 “트럼프에게 이란핵합의를 계속 지키라고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은 결국 이듬해 핵합의를 탈퇴했고 이란은 이후 핵개발에 더 매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이미 지난 일이고 우리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낙담한 듯 썼다고 한다. 다만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까지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핵합의 복귀를 비판했기 때문에 당시 실제 반 전 총장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했는지는 불확실하다.

패스블루는 “반 전 총장은 퇴임 이후에도 지금껏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는데 신중했지만, 이제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자 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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