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푸틴, 나발니로 최대 위기…‘모스크바의 봄’ 불씨 지폈다

  • 뉴스1
  • 입력 2021년 2월 6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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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선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수감을 두고 러시아에서 연일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반(反)푸틴 야권 인사 나발니는 7년 전 받은 집행유예 판결 취소로 3년6개월의 실형을 최근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나발니는 2011년 러시아 대선 유세 당시 반푸틴 집회를 여러 차례 주도하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수차례 조직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에 중독돼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5개월 만인 1월17일 러시아에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다.

2일 나발니가 실형을 받은 이후부터 러시아 전역에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연일 번지고 있다.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경찰에 체포된 사람만 최소 1만명으로 추정된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찰서 유치장들엔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들어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옥중에서도 푸틴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던 나발니는 4일 또다시 “정권을 쥐고 있는 도둑들로부터 나라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지지자들에 촉구했다,

나발니에 대한 이번 실형 선고는 표면적으로는 푸틴의 명백한 승리처럼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법원과 경찰, 언론을 모두 꽉 잡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평생 옥중에 가둘 수도, 원한다면 치명적인 ‘사고’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수감은 나발니의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나발니가 국민들에게 순교자로 비쳐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오히려 짧은 형량만을 허락해왔는데 이번 실형 선고로 인해 나발니가 강력한 ‘저항’의 상징으로 입지를 굳히게 된 셈이라는 것이다.

NYT는 그러면서 “나발니가 원초적인 용기와 끈기로 푸틴을 수세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나발니의 체포는 시위의 도화선이 됐을 뿐 그 이면엔 경제 위기와 빈부 격차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깊은 불만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나발니의 수감은 크게 예상되어 온 부분이지만 수감 이후의 전개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야권 시위가 더 큰 추진력을 받을지, 크렘린궁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또 서방 국가가 개입에 나설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약한 독재자: 푸틴의 러시아가 가진 힘의 한계’를 쓴 저자 티머시 프라이는 NBC뉴스 칼럼에서 “나발니의 지지자들이 계속해서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과 악천후, 체포의 가능성, 그리고 폭동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에 대한 두려움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청년층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을지 몰라도 중노년층 사이 푸틴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하다.

프라이는 다만 시위의 부재가 야권의 부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푸틴이 당면한 가장 즉각적인 문제는 나발니와 시위에 대처하는 것도 있지만 더 폭넓고 어려운 과제는 자신에 대한 반대를 부추기는 현재의 흐름을 바꿔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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