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이 29일(현지시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고령층(65세 이상) 사용을 허용했다. 앞서 이 백신은 독일 보건당국 등에서 ‘고령자에 대한 예방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65세 이하 접종을 권고해 논란이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날 논의 끝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조건부 판매 승인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사용 가능 연령은 고령층을 포함한 ‘18세 이상 전 연령층’으로 정했다. 1, 2차 접종 간격은 4~12주로 설정했다.
이를 토대로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서 공식 승인이 내려지면 EU 27개 회원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앞서 EMA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미국 모더나 백신을 각각 승인했다. EU 내에서는 3번째 백신의 의료현장 공급이 가능해졌다.
EMA는 이날 “백신 임상 시험 참여자 대부분인데다, 백신이 55세 이상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분한 데이터가 아직 없다”며 “그러나 해당 연령대 면역 반응. 다른 백신들의 임상 데이터를 고려할 때 고령층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나카 백신은 이날 승인 전부터 고령층 효과성 논란이 컸다. 독일의 질병관리청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산하 예방접종위원회는 하루 전날 2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8~64세를 대상으로만 접종하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65세 이상 사용시 효과에 대한 충분한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공개한 임상시험 내용을 보면 참가자 중 56세 이상이 전체(1만1636명)의 12.2%(1418명)에 불과했다. 예방률 90% 효과를 보인 참가자 중 56세 이상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 분을 상반기 도입하려 했던 한국 정부도 고민이 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65세 미만에게만 접종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29일 “이미 허가가 나서 접종 중인 영국, 18~64세만 접종을 권고한 독일. EMA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까지 모든 것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독일과 같은 결정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EMA의 결정으로 WHO 역시 고령층 접종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가 백신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나 국제 보건 관련 기구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고령층을 배제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승인하지 않아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결국 수백만 명의 EU시민이 가장 큰 패자가 되는 상황”이라며 “EMA 승인에도 불구하고 효과성 등 여러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효과성 논쟁을 의식해 한국 식약처가 65세 이상의 접종 제한을 권고할 경우 28일 정부가 발표한 백신 접종계획의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월 말 접종 대상인 요양병원 입소자(약 51만 명)의 상당수는 모더나 등 다른 제약사 백신이 들어오는 5월 이후에 접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분기부터 접종 예정인 만 65세 이상 노인 약 850만 명의 접종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EMA 조건부 판매 승인은 전염병 등 공중보건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절차다 승인 시 27개 회원국에서 1년간 의약품이 판매될 수 있다. 다만 EU에서 공식으로 사용 승인을 해도 초기 공급 물량이 부족해 EU 회원국에 제대로 공급될지는 미지수다.
EU는 이날 아스트라제네카의 벨기에 백신 생산 공장을 급습했다. 1분기에 약속한 백신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없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나간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앞선 22일 코로나19 백신 공장 화재 등 생산 차질로 초기 유럽 공급 물량이 60% 가량 감소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EU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영국에서 생산한 백신을 EU로 돌리라고 요구했다. EU와 아스트라제나카의 갈등에, 영국 정부까지 “우리 물량을 왜 EU에 주냐”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마찰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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