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최루가스…친트럼프 시위대에 짓밟힌 美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7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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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6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 난입하면서 폭력 시위에 총격전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려던 상하원 합동회의가 전격 중단됐고, 의원들은 긴급 대피했다. 국회의사당이 현직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공격에 의해 무법천지로 변하면서 워싱턴에서는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진 날”이라는 비난과 탄식이 쏟아졌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워싱턴 백악관 앞 광장에 집결한 시작한 시위대는 오전 12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의회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미국을 구하는 행진(Save America March)’이라는 이름으로 조직된 이날 시위에는 3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의회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규모는 점차 눈에 띄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플랜카드와 노예제 옹호의 상징인 대형 남부연합기, 성조기 등을 휘날리며 의회에 도착한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국회의사당 계단을 점거한 데 이어 경비대를 뚫고 국회 내부로 난입했다. 과격한 지지자들이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맞섰지만 이들의 난입을 막지 못했다. 의회 안에서는 한 때 무장 대치 상태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여성 한 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워싱턴 경찰은 이 여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시위대가 몰려들기 시작한 오후 1시, 의회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고 지난해 11월 대선결과를 확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공화당 의원들이 회의 초반부터 애리조나주의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직후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시위대의 난입으로 회의는 결국 중단됐다.



상원 회의장에 진입한 시위대는 의장석을 점검하고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외치는가 하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사무실을 점거하고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들과는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은 “시위가 아닌 반란(insurrection)이자 폭동”, “정말로 끔찍한 장면”, “미국 역사 오욕의 날” 등의 표현과 함께 시위대를 강력히 비난했고,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주 방위군에 총동원령과 함께 오후 6시부터 통금령을 내리며 강력 대응을 선포했다. 국토안보부 소속인 비밀경호국과 연방수사국(FBI)도 뒤늦게 현장에 출동에 시위대 해산과 검거에 나섰다. 1100명의 주방위군이 투입됐고,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의 경찰관 200명도 워싱턴으로 긴급 이동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델러웨어주 윌밍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현대사에서 본 적이 없는 전례 없는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이런 무질서와 혼란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시위가 아니라 반란 사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선서와 헌법의 의무를 지키고 시위대에게 중단을 지시하라”고 요구했다. 펜스 부통령도 트위터에 “의회 의사당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며 “관련자들은 법의 최대의 범위까지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격화하는 시위를 지켜보면서도 침묵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거센 비난과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날 오후 4시40분이 되어서야 트위터에 “의회에 있는 모두에게 평화를 유지할 것을 요청한다”며 “법을 지키고 의회 경찰의 말에 따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시위대에게 “집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함께 올렸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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