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합성 사진까지…끝없는 중국-호주 갈등 악화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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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군인이 어린 양을 안고 있는 아프간 아이를 위협하는 이미지.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호주 군인이 어린 양을 안고 있는 아프간 아이를 위협하는 이미지.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중국의 무역 보복, 미국·호주·일본·인도 4개국 안보협력체 ‘쿼드’ 등을 둘러싼 중국과 호주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호주를 비난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직접 삭제를 요구했지만 중국이 단칼에 거절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자오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호주 군인이 양을 안은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의 목에 단검을 들이대는 합성 사진을 올렸다. 하단에는 호주 국기가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덮고 있고 ‘두려워 마. 우리가 평화를 가져다줄게’란 조롱조의 글이 쓰였다. 19일 호주 정부가 2005~2016년 아프간에 파병됐던 호주 부대가 민간인과 포로 39명을 불법 살해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공개한 점을 비판한 셈이다. 한 중국인 만화가가 이 사진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 대변인은 “호주 군인이 아프간 민간인과 포로를 살해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썼다. 늘 중국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서구가 실제로는 더한 탄압에 나섰다는 점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모리슨 총리는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가짜 이미지 겸 끔찍한 비방에 역겹다. 중국 외교부는 사과하고 해당 사진을 삭제하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 수장인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이 나서 “호주 군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사과를 거절했다.

양국 갈등은 올해 4월 모리슨 총리가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호주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안보협력체 ‘쿼드’에도 참가하자 격분한 중국은 와인, 철광석, 보리, 육류, 랍스터 등 호주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통관을 강화하며 보복에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은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이란 막말까지 일삼았다.

지난달 23일 호주 ABC방송 역시 “중국인이 곤충, 쥐, 머리카락 등을 요리에 사용한다”고 언급한 방송을 내보냈다. 호주 정부 역시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문제를 수시로 공론화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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