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첫 국무장관에 블링컨 · 국가안보보좌관 설리번 내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14시 11분


코멘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토니 블링컨(58) 전 국무부 부장관을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22일(현지 시간)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최측근이 외교 수장에 임명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후속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24일 블링컨을 국무장관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바이든 인수위원회가 24일 국무장관, 재무장관 등의 첫 내각 인선 일부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언론 보도로 먼저 내용이 공개됐다.

1962년 뉴욕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블링컨은 헝가리 대사를 지낸 부친 도널드 영향으로 외교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했으며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와 1993년 국무부 유럽국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2013~2015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2015~2017년에는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베테랑 외교관이다. 바이든 당선인과는 그가 외교위원장 시절 상원 외교위 수석전문위원을 하면서 2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온 사이.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 시절 그를 자신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며 측근으로 끌어당겼다. 니콜라스 번즈 전 국무부 차관은 “블링컨은 오바마 행정부 8년 간 중요한 외교안보 회의마다 배석한 인물”이라며 “폭넓은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자기만의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링컨은 퇴임 후 2017년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과 함께 정치전략 컨설팅 회사인 ‘웨스트이그젝(WestExec) 어드바이저’를 설립해 자문활동을 해왔다.

바이든 대선 캠페인에 뛰어든 그는 이너서클의 핵심 멤버로, 바이든 캠프의 외교안보 공약을 도맡아 관련 업무를 총괄 지휘해왔다. 훼손된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을 통한 다자질서를 강화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꼽힌다. 그는 특히 유럽 동맹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해외 정상들 중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과 가장 먼저 통화를 한 것도 이런 블링컨의 생각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BS방송에 따르면 블링컨은 이미 바이든 당선인과 정상들과의 통화 일정을 짜고 논의 내용을 챙기며 사실상 국무장관에 준하는 글로벌 업무를 해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국무부의 공식 지원이 차단된 상황에서 그의 활동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블링컨의 복귀는 미국이 지난 4년 간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적 고립주의로 인한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약화를 회복하려고 애쓰는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의 임명에 의미를 부여했다.

블링컨은 국무장관 임명이 최종 확정될 경우 바이든 당선인이 공언한 세계보건기구(WHO) 복귀와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이란 핵협상 복귀 등을 모두 주도하게 된다. 그는 과거 인터뷰와 세미나 등에서 “기후변화나 팬데믹, 아니면 무기의 확산 같은 문제들은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미국 같은 강대국조차 혼자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대북 정책과 관련, 강경파로 분류되는 블링컨은 ‘검증 가능한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CBS방송 등 언론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의 최종 목표가 ‘핵무기 없는 한반도’임을 분명히 했고, 북한 비핵화 모델로는 이란 핵협상을 제시했다.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전부 공개하고, 국제사찰을 통해 모든 핵물질의 농축과 재처리 시설을 동결하며, 일부 핵탄두와 미사일을 폐기하면 이에 맞춰 경제 제재 일부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강경파다. 다만 그는 미국 독자적으로 맞서기보다 동맹들과 연합해 반중(反中) 연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국무장관이 되면 중국과의 새로운 경쟁을 위해 국제 파트너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7월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헛슨 연구소 세미나에서 “(미중 양국) 슈퍼 파워 간 어느 한 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대신 중국과의 무역, 기술투자, 인권 문제 등의 진전을 위해 다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44)이 지명될 것이라고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예일대 법대 졸업 후 변호사와 법대교수로 활동하던 그는 2008년 대선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다가 공직에 입문했다.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에는 국무부 정책 담당 국장으로 클린턴 장관과 112개국을 돌며 그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이란 핵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숨은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