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나흘째 대선불복 시위…경찰 “6000명 체포”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13일 0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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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시위 길어지자 본격 강경 진압
인터넷 끊은 정부, 언론인 표적 공격
"국민에 이럴 수 있나"…시민 분노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6연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까지 약 60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는 수백 명이 인간사슬을 형성해 행진에 나섰다. 시위대는 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벌어졌다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경찰과의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앞장 선 여성 시위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구호를 외쳤다.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리며 이들을 향한 지지를 보냈다. 거리로 나오지 못한 시민들은 발코니에서 박수를 치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지난 사흘 간 비교적 평화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강경 진압에 나섰다. 최루탄, 물대포, 광섬탄, 고무탄 등이 현장에 동원됐다. 시위자를 심하게 구타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는 철권 통치를 계속하던 루카셴코 행정부에서도 전례 없이 폭력적인 장면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경찰 병력이 의도적으로 기자들을 표적 삼아 구타하고, 카메라를 부쉈다는 의혹도 나왔다. 언론인 협회는 현재 20명 이상의 기자들이 체포돼 판결을 기다기로 있으며, 이미 여러 명이 10~15일 간의 구금을 명령받았다고 전했다.

언론인 협회는 “비관영 매체와 외국 언론사를 중심으로 의도적인 언론이 사냥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AP통신 역시 시위를 촬영한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를 압수 당했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행정부는 11일부터 전국의 인터넷 연결을 막는 등 시민 간의 소통을 막고, 시위의 여파를 축소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기자를 향한 공격 역시 여론 진압 차원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지금까지 약 60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이 통계마저도 상당히 축소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벨라루스 전역의 구치소 주변엔 갑작스럽게 체포된 가족을 찾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63세의 한 노파는 “이 정부를 신뢰하던 사람들조차 지난 3일 만에 실체를 목격하게 됐다”며 “의사인 아들이 시위 중 체포됐다. 당뇨병이 있어서 인슐린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 자기 국민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는 현재 정부의 위협을 피해 인접국인 리투아니아로 출국한 상태다.

이날 티하놉스카야가 출국 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며 한 차례 소란이 일기도 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이 영상에서 시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나, 그의 캠프를 이끌었던 관계자는 해당 영상이 사법당국의 압력에 의해 촬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격화하는 시위에 유럽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회의를 소집하고 벨라루스 시위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전날 벨라루스 대선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꼬집으며 “현재 목격된 폭력, 부당한 체포, 선거 결과의 조작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벨라루스 정부에 “불법 구금된 모든 사람들을 즉각 석방하고, 권리 남용을 조사하라”며 강경 진압을 비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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