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피해’ 美 상점주들 “이런 광경 처음 봐…모든게 사라져”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4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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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상점 126개가 재산 피해 입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미 타격을 입은 미국의 상점들이 백인 경찰의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 항의 시위 도중 벌어진 약탈 행위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ABC방송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미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시위는 대부분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지만,파괴 행위도 여전하다며 일부 상점 주인들은 가게를 복원해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스타 서브(Star Sub)’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파키스탄 이민자인 아시프 라자는 시위대의 약탈 행위로 피해를 본 업주 중 한 명이다.

라자는 “이런 약탈행위는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며 “이미 많은 사업장들이 문을 닫았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소수계 인종이 운영하는 상점들은 은행 대출 및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가 지난 2016년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유색 인종 업주들은 백인 업주들에 비해 은행 대출이 거부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슈 마운틴(Shoe Mountain)’라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카리프 존스턴은 “우리는 2004년에 탬파의 벼룩시장에서 상점 문을 열면서 의류와 신발을 팔기 시작했다”라며 “2019년 9월 광장 앞 쪽으로 상점을 옮겼다”고 말했다.

존스턴은 “지난 30일 경찰의 폭력, 인종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밤이 되면서 50여 명의 시위자들이 약 15년간 운영됐던 흑인들이 소유한 상점들을 파괴하고 물건들을 가져 갔다. 이로 인해 수십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소규모 상점들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봉쇄령에 따른 자가격리 조치로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약탈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이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소규모 상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74%가 연방정부 긴급대출 지원 프로그램에 응시했지만 이중 지원금을 받은 업주는 38.1%에 불과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 지원법(CARES Act)’에는 소규모 사업체 업주들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정작 이들은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에서 한국식 와인바 ‘고미’를 운영하고 있는 라파엘 김은 ABC방송에 “내 가게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며 “봉쇄령이 발령되면서 우리가 얻는 수입은 예전에 비해 10~20% 밖에 되지 않는다.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고미’는 지난 1일 오전 2~3시 폭도들의 공격을 받아 상점 정면이 파괴됐고 계산대에 있던 돈도 누군가가 훔쳐갔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126개 한인 상점이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날(99건)보다 27건 늘어난 수치다.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스턴 사우스엔드에서 상점 ‘지오지아나(Giorgiana)’ 마켓 앤 벨리를 운영하는 그리스 이민자 안나 바루니스는 그녀의 가게가 약탈당하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로 목격했다. 바루니스는 야구 방망이와 쇠망치를 손에 든 50명의 청소년들이 상점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바루니스는 상점을 공격한 청년들이 다른 지역에서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이런 광경을 처음 본다며 “수십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해 가게 문을 다시 여는 데 여러 주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도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미내아폴리스에서 ‘어번 포리지 와이너리&사이더 하우스( Urban Forage Winery & Cider House)’를 운영하는 제프 제이틀러는 약탈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제이틀리는 “이는 파괴적인 행위이다”라며 “부인과 상점 문을 다시 열기로 했는 데 블록 전체가 약탈로 불타버렸다. 끔찍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제이틀리는 “건물 내부에 많은 피해기 있었고 물건들이 사라졌다”며 “팬데믹(대유행) 때 매출이 평소의 60~70%에 그쳤지만, 아내와 나는 매출이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애석하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52번가에 있는 상점 대다수가 약탈피해를 입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멜라쿠 앙투완은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ABC방송은 이번 소유 사태로 미국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상점들이 약탈을 당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공식 집계로는 수백개의 상점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약탈 피해를 입은 상점 주인들은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미국의 기부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로부터 일부 복구비를 지원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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