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선언…이유는?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22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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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1일(현지시간), 회원국 영공에 비무장 항공관측 비행을 허용해 미국과 러시아 간 우발적 전쟁을 막기 위해 체결된 항공자유화조약(OST·Open Skies Treaty)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러시아는 이 조약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들이 조약을 준수할 때까지 우리는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OST는 어떤 조약?=OST는 참여국 군대 및 군사 활동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증진하기 위해 참여국의 영공에 비무장 항공관측 비행을 허락하는 조약이다. 과거 성공한 군축 사례로 꼽히는 OST는 1992년에 체결됐으며 2002년 발효됐다.

가입국은 미국과 러시아, 캐나다, 카자흐스탄 그리고 30개 유럽 국가이다. 조약은 항공정찰 가능 횟수와 정찰비행항로, 정찰기 탑재 탐지기 등 관련 사항을 준수하는 조건 하에 조약 당사국의 영공에 대한 항공정찰 시행을 규정하고 있다.

◇ 미국은 왜?=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배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발트해 연안에 있는 러시아의 월경지 칼리니그라드와 조지아 남부 국경 상공 그리고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훈련에서 미국의 정찰 임무를 막아왔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17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상공에서 러시아 정찰기가 비행한 사실에 분노했었다고 미 관리들을 인용해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또 미 국방부와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미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의 위치 파악을 위해 정찰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새로운 합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6개월 내에 OST에서 완전 탈퇴할 것이며 “(하지만) 러시아가 완전한 조약 준수로 돌아온다면 탈퇴를 재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NYT는 후속 협정 체결 “가능성은 낮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도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WP는 군비통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협정 체결엔 긴 시장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러시아와 실질적인 후속 협정을 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유럽 국가들은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서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고 전하며 “몇몇 외교관들은 러시아의 태도가 바뀌면 미국이 조약을 되살릴 것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미국의 조약 탈퇴 의향은 분명해보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렉스 벨 미 군축·핵확산방지연구소(The Center For Arms Control And Non-Proliferation) 선임 정책실장은 WP에 “OST 관련 문제점들이 조약의 목적을 헛되게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준수 문제를 고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파기하는 방법만 안다”고 말했다.

◇ 유럽과 러시아의 반응=미국의 OST 탈퇴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간 사이는 더욱 멀어질 수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을 포함해 유럽 동맹국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탈퇴로 유럽 정찰기의 활동에 대해 러시아가 차단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그간 협정을 위반한 적이 없으며, 협정 참여가 귀중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국영방송 ‘로시야 24’와의 인터뷰에서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국제사회의 안정과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첫 타격은 아니다”고 말했다.

◇OST 탈퇴 여파=국가안보 관리 출신들로 이뤄진 미국의 초당파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OST 탈퇴가 전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것이고, 미국과 전 세계 안보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CNN은 전했다.

OST 탈퇴는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시절 그리고 소련 붕괴 이후에 힘겹게 구축한 군비통제협정을 허물어뜨리는 또 다른 사례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바 있다.

이제는 관심의 초점이 미러 양국 간에 남아 있는 중요한 핵무기 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로 옮겨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이 2010년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내년 2월 기한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협정은 양쪽이 모두 동의한다면 별다른 승인절차 없이 5년 간 연장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협정 연장 의사를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것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적절한 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연장 거부 의향을 시사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해 후속 협정 협상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중국은 이를 거부해왔다. WP는 이 협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전 세계는 1972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최대 두 핵강국이 법적 구속력 혹은 검증 가능한 제약을 받지 않는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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