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트럼프, 돈만 중시…동맹유지에 게으름 피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4일 0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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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관계 악화 과정서 美부재"
"트럼프, 북미 협상에만 관심"
"보수 아베 정권, 韓진보 정권과 잘 지낼 방책 찾아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한일 개선의 열쇠로 미국의 움직임을 꼽았다.

차 석좌는 4일자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경시 자세에 강한 경종을 울리고 한미일 협력 자세를 촉구했다.

우선 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예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차 석좌는 “실효를 피한 것은 환영해야 한다. 한일이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없게 된다면 양국 간 안전 보장 정책이 디커플링(분단)돼 북한, 중국, 러시아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다만, 이번 실효 회피는 잠정적인 조치로 협정을 향후에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많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문제 해결을 향해 시계 바늘이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중요시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은 지금까지 한일 관계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멀리서나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예를 들어 내가 백악관에서 일했던 2006년 4월 일본 정부가 독도 주변에 측량선을 파견하려고 했을 때 격하게 반발한 노무현 정권이 경비정을 파견했다. 일촉측발 사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 간 충돌을 바라지 않았던 우리(백악관)가 양국에 ‘어쨌든 그만하라’고 전달해 일본은 측량선 파견을 그만두었다. 작은 일이지만 미국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정권은 마치 ‘부재’(상태)였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관계 악화 발단은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였으나 트럼프 정권은 이것들을 자신이 우선적으로 착수해야 하는 과제로 보지 않았다. 지난 7월이 되어서야 당시 볼턴 미국 대통령 차관보가 한일 양국을 방문하는 등 정부 고관 레벨의 조정을 시작했으나, 더 빨리 대응해야 했으며, (대응에 나섰다면)대응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미 협상에만 관심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동맹 관계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어, (동맹)유지에 게으름을 피워왔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일에 미군 주둔 경비 부담의 대폭 증액 요구에 대한 생각도 트럼프 대통령이 돈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동맹 관계를 경시하는 데서 왔다”고 비난했다.

차 석좌는 “한일 사이에 바로 해결하기 어려운 역사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한일은 북한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보장 문제를 시작으로 경제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관점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므로 보수 아베 정권은 한국의 진보 정권과 잘 지낼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한편 문재인 정권도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양 정부는 다수의 어려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좀 더 주도권을 쥐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출규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워킹그룹 설립하는 것도 유익한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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