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10월부터 이민규제 강화 “한국인 등 수십만명 영향받을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3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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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월부터 저소득층 외국인 이민을 제한하는 공격적인 이민 정책을 내놓은 것은 내년 대선을 대비한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중남미 이민자 등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합법적 이민자도 미국 재정에 부담을 준다면 받지 않을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케네스 쿠치넬리 미국 이민국 국장 대행은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규칙은 생활보호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들이 미국에 입국하거나 체류하고 영주권을 신청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내놓은 고학력자와 기술자를 우대하는 능력 기반의 이민 정책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공공부조(Public Charge) 수혜자를 걸러내는 새 이민 심사 규칙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저소득층 외국인 이민 규제는 백악관 내의 대표적인 반이민주의자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정책고문이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김태훈 변호사는 “새 규정은 합법 이민을 제한하고 미국 사회복지 시스템에 무임승차하는 이민자를 걸러내겠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취업비자 등을 통해 미 영주권을 취득하는 매년 2만 명 안팎에 이르는 한국인에게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1만2179명이 공적부조 수혜 문제로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올 들어 약 7개월 만에 탈락자가 2016년(1033명)의 11.8배로 늘어난 것이다. 공적부조 사유로 영주권이 기각된 한인은 2016년 2명에서 지난해 437명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도 새로운 규칙에 따라 대폭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새 규정에 따라 영주권 신청자가 36개월 내에 12개월 이상 공적부조를 받았다면 영주권이 거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민지원단체 ’국경없는이민‘ 공동 창업자인 덕 랜드는 WSJ와 인터뷰에서 “가족 기반 영주권 신청자의 약 56%가 공적부조 규정의 새 소득 요건에 따라 거절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에 대한 이민자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마리엘레나 잉카피에 미국 이민법센터 사무국장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가족을 떼어놓고 이민자와 유색인종 사회에 ’당신들은 여기서 환영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기화하는 잔인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소속 16개 주 법무장관은 새 이민 규칙을 비판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티샤 제임수 뉴욕주 법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는 성명을 냈다. 전국이민법센터(NILC)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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