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보다 가파른 집값 상승에… 밀레니얼 세대 멀어진 ‘내 집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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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득2% 늘때 집값 21% 급등… 주택소유율 8년새 15%P 떨어져
25~34세 젊은층이 가장 큰 타격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 사는 앨릭스 루이즈 씨(29) 부부의 생활은 안정적이다. 부부 모두 직장이 있다. 각자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으며 노후 자금도 공동 저축하고 있다. 하지만 집을 살 만한 여력은 없다. 이 와중에 애슈빌 주택 가격은 지난 7년간 70% 올랐다. ‘조용히 가난해지고 있는’ 미 밀레니얼 세대의 단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부부의 사연을 소개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구매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면서 미국 가계의 재산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노동자의 임금 인상 속도보다 집값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초기 자본금이 부족한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이 어려워지고 있고 국가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대 갈등, 부(富)의 총량 감소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18∼44세 미국인의 주택 소유율은 48%다. 2010년 63%에서 1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있는 25∼34세 주택 구입 비율 하락이 두드러진다. 모기지업체 프레디 맥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지난해 주택 구매율은 2001년 성인이 된 당시 X세대(1970년대 전후 출생 세대)의 주택 구매율에 비해 8%포인트 낮다.

영국도 비슷하다. 영국 모기지회사 샌탠더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영국인의 첫 주택 구매 시기는 25세에서 33세로 늦춰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6년까지 집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한 18∼34세 영국 성인은 25%에 불과했다.

WSJ는 이런 현상의 원인에 임금 인상보다 빠른 집값 상승 속도가 포함돼 있다고 진단했다. 2000∼2017년 미 주택 가격의 중간값이 21% 오를 때 가구 수입의 중간값은 불과 2% 상승했다. 젊은 세대가 쉽게 살 수 있는 소형 주택의 가격 상승폭이 고급 주택에 비해 높다는 점도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집을 늦게 살수록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할 기회도 줄어든다. 워싱턴 싱크탱크 어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03∼2015년 60세가 된 이들 중 25∼34세에 첫 주택을 구입한 사람의 재산 중위값은 14만9000달러였다. 반면 35∼44세에 첫 주택을 산 이들의 재산 중위값은 이의 절반에 불과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밀레니얼 세대#미국 주택소유율#전미부동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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