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렇게 말하라!’…日자민당의 ‘실언 방지 매뉴얼’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16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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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참의원 선거 앞두고 소속 의원·입후보자들에 배포
“쉼표길면 발언은 잘려 보도된다” “강한 워딩에 주의하라”

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 집권 자민당이 이른바 ‘실언 방지 매뉴얼’을 만들어 화제다.

이 매뉴얼은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당 소속 국회의원이나 입후보 예정자 등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걸 막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발언은 ‘(앞뒤가) 잘린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자민당에선 지난달에만 장·차관급 관료 2명이 “지진 피해 복구보다 그 지역 정치인을 돕는 게 중요하다”(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전 올림픽 담당상), “총리·부총리가 차마 얘기하지 못하는 지역구 사업을 알아서 해결해줬다”(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성 부상)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이 ’실언 방지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등 야권에선 “얼마나 말실수를 많이 하기에 그런 것까지 만드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

후지TV 등에 따르면 자민당 내에서도 “정치 신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평가와 함께 “의원들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자민당이 만든 ’실언 방지 매뉴얼‘ 주요 내용.

’실언‘이나 ’오해‘를 막기 위해선

[발언은 ’잘린다‘는 걸 의식한다]

언론사들은 방송 멘트나 기사 글자 수 제한 등의 조건 아래 취재 내용을 정리합니다. 따라서 정치인이 연설회 등에서 한 발언이나 영상을 ’통째로‘ 보여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를 잘라서 보도할 게 확실합니다. 이 점은 알고 있더라도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새겨둡시다.

[보도 내용을 결정하는 건 눈 앞의 기자가 아니다]

밤낮으로 정치인의 동향이나 발언을 쫓아다니는 취재기자. 그러나 그들의 취재 내용은 그대로 보도되는 게 아니라 사내에서 ’편집‘이란 작업이 더해집니다. 이는 취재 내용을 각사의 방침에 따라 정리하거나 기사가 보다 많은 독자에게 읽힐 수 있도록 임팩트를 주는 작업으로서 현장기자와는 다른 사람이 담당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눈 앞의 기자에게 차갑게 굴라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발언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정중히 응대하세요. 또한 친한 기자의 취재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을 자르거나 거친 말투를 쓰는 일이 없도록 유의합시다.

[기사 타이틀(제목)에 쓰이기 쉬운 ’강한 워딩(표현)‘에 주의]

다음 5가지 패턴에서 표현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장이나 주위 상황을 감안해 스스로 발언을 컨트롤해가는 게 중요합니다. 사적인 모임의 경우 근처에서 취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보낼 수 있다는 걸 의식합시다.

패턴1. 역사인식, 정치적 신조에 관한 개인적 견해 (→사과하지도 못하고 논란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음)
패턴2. 젠더(성별)·LGBT에 대한 개인적 견해
패턴3. 사고나 피해에 관한 배려가 없는 발언
패턴4. 질병이나 노인에 관한 발언
패턴5. 아주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할 때처럼 알아듣기 쉽고 웃긴 잡담 조의 표현

[리스크(위험)를 줄이는 3가지 대책]

대책1. 마침표(.)를 의식해 짧은 문장을 여러 번 쓰는 화법

쉼표(,)가 계속 이어지면 발언이 보도될 때 ’잘릴‘ 위험이 커지고, ’실언‘이나 ’오해‘가 생기게 됩니다. 마침표를 의식해 짧은 문장을 여러 번 쓰면 불필요한 표현도 없어지고 오해를 피하기 쉽습니다.

대책2. 지지자나 가까운 사람들이 쓰고 있는 ’위험한 표현‘을 확인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면 ’공개적으로 할 말이 아닌‘ 것을 떠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사적인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오가는 ’대화 주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말실수 여부를 제3자에게 체크 받도록 합시다.

대책3. ’약자‘나 ’피해자‘를 대할 땐 한층 더 배려를

연설에서 친숙한 말투, 솔직한 표현으로 청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도 있겠지만, ’약자‘나 ’피해자‘가 있는 주제인 경우엔 표현에 ’브레이크‘를 걸도록 합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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