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은 아니다”며 신중 모드 美…北과 대화 판 열어놓는 마지막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6일 15시 41분


코멘트
‘북한이 아직 선을 넘지는 않았으니 일단 협상 노력을 지속해 보겠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5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내놓은 반응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이날 ABC, CBS, 폭스뉴스 3곳과 연쇄 인터뷰를 통해 이런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발사가 이뤄지기 전부터 예정돼 있던 인터뷰라는 게 국무부 설명이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북한 발사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3개 방송사의 인터뷰 질문도 초반부터 북한에 집중됐다.

●“ICBM은 아니다”며 신중 모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발사한 게 정확히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상대적으로 단거리였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 장거리 미사일은 아니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유사한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미사일’이라는 용어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는 “데이터를 분석 중이며 최종 결론은 국방부에 맡기겠다”면서도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며 톤다운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모라토리엄) 약속을 파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들여다봐야 한다”면서도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발사체가 단거리임을 부각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부각해온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유지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런 평가와 함께 북한과의 협상 판을 깨지 않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그는 “비핵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나의 카운터파트들을 계속 협상에 초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 외에 다른 방법에 기대지 않고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 ‘협상’ 등의 단어를 반복하면서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재 상황에서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허용된다”며 식량 지원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화 판 열어놓는 마지막 기회?

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 진행자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독재자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내가 함께 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것이 어려운 도전임을 알고 있으며, 북한이 어떤지를 알지만 다른 경로로 가기 전에 (협상) 가능성이 있는지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역사상 가장 센 제재를 부과한 대통령”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제재가 김 위원장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 후 발사를 감행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현재 북한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우리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연락을 해왔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앞으로 상황을 실제 진전시킬 수 있는 왕성한 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답변을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북한과 접촉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정상 간 소통 시도가 이어지고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을 책임지는 국무장관이 도발에 대한 비난보다는 상황 관리에 방점을 찍으면서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외교적 시도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점차 높이며 미국을 자극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경로’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소식통은 “호랑이는 웃고 있을 때가 더 무서운 법”이라며 미국의 협상 의지에 대한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경계했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워싱턴에서 한미클럽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연말을 언급했지만 미국의 인내심이 (그 전에) 끝날 것”이라며 “더 많고, 더 강한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