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는 브렉시트… 英의회 ‘운명의 3단계 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합의안 부결땐 ‘노딜’ 찬반투표, ‘노딜’도 부결땐 연기 놓고 표결
보수당서도 경제 악영향 우려 높아 제2 국민투표 주장도 나와 혼돈
결과 관계없이 메이 사퇴압박 커져… EU측 “지금 필요한 건 결정”


영국 의회가 12일부터 3일간 최대 3차례의 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 향방을 결정짓는다. 29일 영국이 아무런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될지, 브렉시트 기간 연장에 합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하원은 이날 테리사 메이 총리가 제시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2차 승인투표를 실시한다. 결과는 12일 오후 7시(한국 시간 13일 오전 4시)경 나온다. 1월 15일 합의안 1차 승인투표 때는 영국 역사상 최다인 230표 차로 부결돼 메이 총리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날 투표 역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1월 1차 합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고, 1차 투표 때 많은 반대표를 낳았던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통관 자유를 보장한 안전장치) 조항 논란도 여전하다. 여당 보수당 내 강경파,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백스톱은 영국을 분열시킨다”며 강력 반발한다. 이들은 메이 총리에게 “백스톱 조항이 끝날 시점이라도 넣어 오라”고 주문했지만 메이 총리는 투표 전날까지 EU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12일 투표가 부결되면 의회는 다음 날 ‘노딜 브렉시트’ 찬반 투표를 벌인다. 가결 시 29일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다만 보수당 내부에서도 노딜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가결 여부는 미지수다. 부결되면 의회가 14일 브렉시트 발동일을 늦추기 위한 시기 연장안 투표를 실시한다. 이 연장안이 가결되면 21일 EU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연장 시점 합의를 시도한다.

투표를 앞둔 영국은 폭풍 전야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우선 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메이 총리에 대한 안팎의 사퇴 압박이 상당하다. 선데이타임스는 10일 “메이 총리가 사임을 종용하는 당내 세력과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평했다. 한 장관은 “브렉시트가 3개월 연장된다 해도 총리가 올해 6월 후에도 자리를 지키는 게 좋다고 믿는 사람이 내각에 없는 듯하다”고 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다음 총선(2022년 예정) 전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12일 투표가 부결되면 버티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해도 영국과 EU가 순조로운 합의안 타결을 이뤄낼지 의문이고, 이혼 합의금만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11일 “브렉시트 기간이 3개월 연장되면 EU가 영국에 최대 135억 파운드(약 20조 원)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분담금 390억 파운드(약 57조 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특히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려면 영국이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데 국론 분열과 촉박한 일정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 와중에 제1야당 노동당이 다른 당과 힘을 합쳐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재실시를 주장할 수도 있다. 이때 브렉시트 자체가 번복돼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고 이미 3년 전 민주주의 절차를 거친 국론을 뒤엎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나탈리 루아조 프랑스 유럽부 장관은 “이미 2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무엇 때문에 시간을 더 달라고 하느냐”며 “지금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결정’”이라고 압박했다. 제임스 스튜어트 KPMG 회계법인 영국 책임자는 “29일 브렉시트에 맞춰 비상 계획을 세워 놓은 기업들은 기한이 연장되면 오히려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브렉시트#eu 탈퇴#메이 총리#백스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