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판결]日변호사 “日, 그동안 밟힌 발의 아픔 알려고도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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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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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왼쪽)이 도쿄 외무성  청사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오른쪽)를 불러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가 ‘초치’된 것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 이후 6년 만이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30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왼쪽)이 도쿄 외무성 청사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오른쪽)를 불러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가 ‘초치’된 것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 이후 6년 만이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일본의 속담에는 밟힌 발의 아픔은 그 발을 밟힌 사람밖에 알지 못한다 표현이 있다. 일본 기업은 그러나 지금까지 그러한 밟힌 발의 아픔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일본 내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도와 일본 정부와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온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들은 국가 간 협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왜 피해자가 굳이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여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자이마 변호사는 전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이번 판결에 대해서 일본 정부든 일본 기업이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면서 전쟁 책임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한 피해자들은 언제까지나 이 판결의 결과를 계속 끝까지 추궁하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 소송을 담당하는 등 20여 년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변해온 자이마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일본 기업의 책임을 인정하는 그런 조치가 취해지면 좋겠다고 오랫동안 기대해 왔는데 그 판결이 확정돼서 좀 마음이 놓인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아무래도 국가 간에 이루었던 협정이나 협의를 통해서 개인 청구권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하는 점을 인정했다, 확인했다는 것이 커다란 의미”라며 “국가 간의 협의를 통해서 개인의 청구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은 국제법상으로는 상식인데 이를 한국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외교 문제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선 “국가 사이에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이 됐다고 이야기가 되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개인이 이렇게 소송을 제기한 거다. 일본 정부는 당연히 각오를 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 지불한 금액을 둘러싸고 ‘이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 관련된 자금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독립 축하금 혹은 경제 협력 자금 명목으로 지불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 바 있다”며 “그것을 이제 와서 ‘배상은 모두 끝났다’, ‘개인에 대한 보상도 모두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일본제철은 배상 의지가 있지만 일본 정부의 압박이나 여론 때문에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하느냐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한편 기업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한 기업이 아시아 혹은 세계에서 영업 활동을 해나간다고 할 때 오히려 기업의 책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이에 대해서 책임을 다했다고 매듭을 짓고 한국에서도 경제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일본 기업의 태도가 지금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이마 변호사는 일본인임에도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에 대해 “일본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참여를 해왔다. 일본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쟁 책임을 다해 오지 않았고, 그런 상태를 가지고는 아시아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일본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쟁 책임을 짊어지기 위해서 이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 과거에 일으켰던 침략 전쟁에 대해서 인정하고 그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아시아 피해자들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아시아에서 일본이 책임 있는 국가로 바로설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거 전쟁이 얼마나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현재 젊은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과거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은 너무나 많다”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향해 “역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장래의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이야기를 하실 수 있는 산증인들이 바로 여러분“이라고 응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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