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姓 쓰는 남편… 가족姓 새로 만든 부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결혼 여성 90%는 남편姓 따르지만… “SNS서 찾기 쉽게” 결혼전 姓 표기
美서 ‘선택적 姓쓰기’ 바람


#1 영국인 크리스 미들턴 씨의 결혼 전 이름은 크리스 다이어였다. 그는 결혼 후 아내의 성을 바꾸는 대신 자신의 성을 바꿨다. 그는 “아내와 함께 양쪽 성을 다 쓸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발음이 편한 미들턴으로 합의를 봤다. 아내가 외동이라는 고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2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리베카 로즌클라인 씨 역시 최근 결혼을 하면서 새로운 성을 쓰게 됐다. 결혼 전 리베카 로즌솔이었던 그는 남편의 성인 클라인과 합쳐 지금의 새로운 가족성을 만들었다. 남편과 자신 모두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그는 “처음엔 남편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서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 된 가족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미권에서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는 부계 성(姓) 중심 문화는 오랫동안 페미니즘의 숙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이 속속 등장하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미권에서 ‘성(姓) 평등’ 운동은 ‘성(性) 평등’의 역사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20년대부터 여성에게 성을 남편과 다르게 쓸 수 있게 하자는 집단적 주장이 제기됐다. 1970년대 들어선 모든 주에서 여성이 원하면 결혼 후에도 자신의 성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획득했지만 여전히 주류의 문화는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라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로리 스커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애틀랜틱지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조사 당시 결혼한 여성 중 90% 정도는 여전히 남편의 성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문화는 급격히 균열을 겪는 중이다. 여성의 전문직 진출 확대나 동성 결혼의 증가 등 달라진 사회 환경은 새로운 ‘성(姓) 대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동성 커플의 경우 결혼 후에도 자신의 성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입양한 자녀가 생길 경우 고민이 생기게 된다. 최근에는 남편이 아내를 따라 성을 바꾸거나 새로운 성을 만드는 대안 외에도 ‘큰아이는 아버지의 성’ ‘둘째는 어머니 성’ 식으로 두 자녀에게 각각 다른 부모의 성을 물려주는 사례도 있다.

이와 함께 결혼 전 자신의 성을 유지하는 ‘양성 쓰기’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나 미국의 대법관이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처럼 양성 쓰기는 새로운 경향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법적으로 남편의 성을 쓰더라도 비공식적으로 결혼 전 성을 유지하는 여성이 증가하는 추세다. 애틀랜틱지는 최근 법적으로는 남편의 성을 쓰면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결혼 전 성을 함께 쓰는 영미권 여성들의 ‘선택적 양성 쓰기’ 트렌드를 소개하며 “구글 검색에서 인지도가 사회적 명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제도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영국의 경우 아이와 어머니의 성이 다를 경우 출입국 시 추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온라인 지원서에 하이픈 없이 두 개의 성을 띄어 쓰는 게 불가능한 미국 대학도 여럿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성평등#이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