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대신 FFVD 들고 ‘방북’ 폼페이오, 1차 목표는 김정은 의중 파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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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 시간) 새벽 전용기편으로 워싱턴을 출발해 6일 밤 평양에 도착한다. 세 차례 방북 중 평양에서 숙박하는 것은 처음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들고 방북하는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 면담할 예정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사전에 의제가 조율된 부분은 거의 없다”며 “이번 방북을 통해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을 마무리하면서 북한으로부터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목록을 받아낸다면 미국으로서는 100점짜리 협상이 되겠지만 이번에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도 성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유해 송환 문제도 아직 북측이 확답을 주지 않고 있지만 평양까지 날아온 폼페이오 장관을 김 위원장이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모든 게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본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일부 핵시설에 대해 추가로 폐기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도 수개월 내에 추가적으로 핵을 폐기를 하는 문제를 놓고 주고 받기식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검증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협상 목표는 있겠지만 모호한 표현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공간을 열어두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실패하더라도 그 모호함 속에 숨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연해진 미국의 태도를 놓고 뉴욕타임스(NYT)는 ‘화염과 분노는 더 이상 없다 : 북한에 부드러워진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년 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을 때 ‘화염과 분노’라는 표현으로 북한을 위협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180도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비핵화 의제에 대한 사전 조율조차 없이 방북하는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에 성과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5일 폭스뉴스 기고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상을 영화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에 비유하며 “톰 크루즈(주연 배우)가 폼페이오보다 훨씬 더 쉬운 임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임무에 대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는 모호한 약속을 검증 가능한 일정표가 담긴 현실로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향후 협상에서 비핵화시기를 놓고도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비핵화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기류지만 현지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3년 내에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2002년 2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 사찰을 주도하면서 20여 차례 방북했던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생산 시설들과 핵 물질의 양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의지만 보인다면 현실적으로 비핵화를 하는 데 2~3년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북한보다 적은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기는 했지만 비핵화 절차에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며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비핵화 절차 초기에 핵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북-미 간 2·29 합의에 참여했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원심분리기 등 핵심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 없다”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2년 안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시한 1년 일정은 폐기만을 말하는 것이지 검증 절차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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