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폭탄은 美 발목잡는 부비트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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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차 보복관세 부과 앞두고 美 산업계 불안감 증폭


미국 위스콘신주 플리머스에 있는 치즈 생산회사 사토리의 제프 슈워거 사장은 미국의 무역분쟁 소식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인근 100곳의 낙농가에서 공급받은 우유로 500명의 직원이 생산한 치즈를 세계 49개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워거 사장은 2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수출 길이 막히면 우유를 들판에 버리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오토바이 제조회사 할리데이비슨 본사가 있으며 크랜베리, 인삼, 사과 등의 주산지인 위스콘신은 무역분쟁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텃밭인 데다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 공화당 의원의 지역구라는 정치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로부터 보복성 관세폭탄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은 EU의 추가 관세로 인해 유럽 수출용 생산공장을 해외로 옮길 방침이다.

○ “미국 발목 잡는 ‘무역전쟁 부비트랩’”

떨고 있는 건 위스콘신 농축산업계만이 아니다. NBC뉴스는 이날 “중국이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미국 농가의 최대 수출품인 대두 가격이 15% 하락해 최근 2년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57%를 수입하고 있는 최대 수입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농민이라는 점에서 관세폭탄이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두 생산 상위 10개 주 중 8곳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텃밭이다. 무역 보복이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 농민 지지층의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음 달 6일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차 보복 관세 25% 부과를 앞두고 미국 산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가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1%가 ‘무역전쟁이 향후 6개월간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35%는 무역정책이 당면한 최대 외부 위협이라고 꼽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잘나가는 미국 경제에 커다란 부비트랩이 되고 있다”며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경제성장률이 0.3∼0.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 트럼프, “상호주의 이상의 보복 당할 것”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모든 나라가 무역장벽 및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국의 상호주의 이상(의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무역은 공정해야 하며 더는 일방통행은 안 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중국 EU 캐나다 멕시코 등의 보복 관세가 현실화되고 농민과 소비자, 산업계의 희생양이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대한 다음 단계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중국 제조회사는 물론이고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미국 유통회사, 가격 인상이 전가될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 온 공화당 내부의 반발도 변수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테네시)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며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릴 수 있게 한 무역확장법 232조의 광범위한 적용을 비판했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의회 승인을 거치게 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법관의 상원 인준과 관세 정책에 대한 의회 표결 방안을 연계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트럼프#관세폭탄#부비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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