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6개조건 수용 안되면 核재개… 美, 톰처럼 제리에 패배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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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폼페이오 요구안에 맞불… 英-佛-獨에 제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3일 유럽(영국 프랑스 독일)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미국의 탈퇴로 위기에 빠진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려면 자신이 제시한 6가지 요구조건을 지키라는 것이다. 불응 시 다시 핵개발에 나서겠다고 경고해 한반도에 이어 중동에서도 핵문제가 다시 쟁점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메네이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이란의 최종 승리를 자신한다며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활용한 비유를 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모든 공작은 그동안 실패해 왔다”며 “그 유명한 ‘톰과 제리’의 고양이 톰처럼, 미국은 미래에도 또다시 실패할 것이다. 적의 실패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유럽의 미국 공개 규탄’ 요구한 이란


하메네이는 이날 정부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핵합의 유지를 희망하는 유럽 국가들에 6가지의 조건을 제시하고 “우리의 조건을 두고 미적거린다면, 이란은 핵 활동을 재개할 권리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분열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하메네이는 합의 조건 중 하나로 유럽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맞설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우리의 석유 판매에 손실을 입힌다면 유럽은 해당 손실을 메워줘야 한다”며 유럽이 이란 석유를 구입하라고 요구했다. 또 “유럽 은행들은 이란과의 거래를 보장하라”고 압박했다. 지난달 이란의 하루 평균 석유 수출량은 288만 배럴(가스 콘덴세이트 포함)에 이른다.

유엔 무대에서 유럽이 미국을 규탄할 것도 요구조건에 포함됐다. 하메네이는 “우리는 유럽과 싸우고 싶지 않지만 이 세 국가(영, 프, 독)는 그동안 가장 민감한 문제들을 두고 미국을 따라갔다”며 “미국은 이란 핵합의를 지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2231호)을 위반했는데, 유럽이 미국에 대응하는 결의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하메네이는 “유럽은 이란 미사일이나 지역 문제 의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한다”는 말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1일 발표한 12가지의 새로운 핵합의 요구사항(우라늄 농축과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병력 철수 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키기 힘든 요구에 영국 프랑스 독일 3국은 고민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유럽연합(EU) 대변인이 하메네이의 요구사항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며 “3국의 외교장관들이 28일 관련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 NYT “이란, 최근 ICBM 시험 흔적”

이런 가운데 이란이 2016년과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미국 미들버리국제문제연구소 무기조사팀이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란 샤흐루드시에서 약 40km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서 ICBM 발사 실험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시험장은 2011년 이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시설이다.

무기조사팀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2016년과 2017년 7월 미사일 발사 실험 때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새 그을음을 발사대 바닥에서 확인했다. 이들은 “분석 결과 지상 발사대는 약 62∼93t 무게의 엔진 발사를 지탱할 수 있는 규모로 추정된다. 발사대가 ICBM용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무기조사팀은 시험장 인근에 연료 저장탱크와 운반트럭 등이 보이지 않아 이란이 고체연료 ICBM을 실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에 비해 초기 기동 속도가 빠르고 발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짧다.

한기재 record@donga.com·서동일 기자
#이란#6개조건 수용#핵 재개#미국#하메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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