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에 “北 기대 이하면 회담 테이블 박차고 나오라”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0일 2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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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면서도 “경우에 따라선 회담을 갖지 않을 수 있다”며 강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경에는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다고 CNN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는 도중에 테이블을 박차고 나오는 가능성을 (볼턴 보좌관이)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이 “김정은이 미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 봐도 북한이 거짓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북한을 불신하는 볼턴 보좌관이 초강경 성향을 숨기지 않으며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을 경계하고 있는 정황이다.

볼턴 보좌관은 또 “(북-미 회담이) 1시간 미만동안만 지속되더라도 성공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회담을) 오래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CNN은 “(볼턴 보좌관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경우) 엄청난 수준의 극적인 효과가 대화국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조언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협상 능력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그(김정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은 북한이 미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조건을 내밀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조심스런(wary)’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19일(현지 시간) 전했다. NYT는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과 물밑 접촉 과정에서) 의제로 제기된 적이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양보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가 4월 초 방북했을 때도 “관련 요구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도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했을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이날 NYT에 “(주한미군 용인설을 제기한 것은) 미국이 (협상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을)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감축과 재배치’를 요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분석도 많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대화에 진지하다는 의지를 실질적으로 보이기 위해선 억류 중인 3명의 미국인을 송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CNN은 “이들이 계속 억류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북측의 실제적인 양보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송환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자신감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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