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北에 대해 예측 가능한건, 항상 거짓말 한다는 것뿐”

2007년 출간된 볼턴 자서전 살펴보니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예측이 가능한 건 그들이 무한정으로 거짓된 행위를 벌일 것이라는 것뿐이다.”

존 볼턴 신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을 바라보는 관점은 한마디로 ‘극도의 불신’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벌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그의 소신은 2007년 출간된 자서전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미 시사주간 디애틀랜틱은 자서전에 등장하는 볼턴의 세계관이 백악관에서의 그의 행보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24일(현지 시간) 이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볼턴은 자서전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가끔 약속하고 그 약속을 두고 흥정하며 미국과 ‘대화(engage)’도 하지만 결국엔 그 약속을 위반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런 전략을 수차례 성공적으로 사용해왔으며 앞으로도 (같은 전략을 사용해) 성공할 거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디애틀랜틱은 “볼턴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를 깨는 데 기여한 자신의 역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백악관에 볼턴이 끼칠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서전에서 볼턴은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인사들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양국 정상 간 마찰이 있었음을 암시했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골수 북한 옹호자(real DPRK apologist)’라고 부르기도 했다. 디애틀랜틱은 “문재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계승한 상황에서 (볼턴이 가세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체결된 이란 핵합의의 대표적 반대파인 볼턴은 자서전에서 “이란의 목표는 변한 적이 없는데 미 행정부의 목표는 너무 자주 바뀌었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한 대이란 강경 정책을 이끌 것임을 예고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해 친(親)러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보였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부시 행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에 대해 가졌던 환상을 거의 다 잃어버렸다”며 푸틴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려던 부시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했다. “러시아의 국내·국제적 정책에 있어서 (미국 입장에서) 희망적으로 보이는 걸 찾기 어렵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신(新)냉전 시대를 맞이할 것임을 넌지시 예고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