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 실질적 승자는 극우 대안당… 메르켈 빛바랜 ‘4연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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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 3위… 기민-사민당 최악 성적
AfD 13% 득표… 의회 94석 차지
창당 5년도 안돼 정치중심 진입… 反난민-親나치 성향 인사들 포진
佛이어 獨서도 기성정당 추락… 메르켈 국정운영 험로 예고

선거 전날인 23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진영에서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찍느니 기권하라”고,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극우정당은 민주주의의 무덤을 파는 묘지기”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나 두 정당이 저주할수록 AfD의 지지율은 계속 올라갔고, 24일 총선 결과 13%에 가까운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출구조사 후 베를린 중심가의 한 클럽에 모인 AfD 지지자들은 독일 국가를 큰 소리로 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과 슐츠가 이끄는 사민당 모두 1949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기민당, 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33%로 4년 전에 비해 8.5%포인트 급락했다. 중도좌파 사민당은 20.5%를 얻어 양당이 합쳐 간신히 50%를 넘는 수준이었다. 사민당은 총선 후 “우리는 야당으로 남을 것”이라며 대연정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두 정당이 연정해도 대연정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가 됐다. 반면 AfD를 비롯해 중도우파 자유민주당(10.7%), 극좌 좌파당(9.2%), 중도좌파 녹색당(8.9%) 등 4개 정당 득표율이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의 좌우 날개였던 양당 체제가 몰락한 가운데 독일마저 기성 정당의 불신과 포퓰리즘의 부상을 막지 못했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이후 양 극단에 있는 극우 AfD와 극좌 좌파당과는 연대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총선 전날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공동 총리후보는 “독일을 가장 후순위에 두고 있는 세계 총리(메르켈)의 권력을 빼앗아 달라”며 ‘애국심’을 자극했고 이후 극우, 극좌 정당 모두 지지율이 올랐다. 좌파당을 뽑은 시민 크리스틴 레르히 씨(34)는 “기민당과 사민당 모두 더 이상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립 5년도 안 된 신생 정당 AfD의 급부상은 유럽 전체에 충격을 안겨줬다. 그리스를 위한 유럽연합(EU)의 긴급 구제에 반대하며 탄생한 AfD는 2015년 메르켈 총리의 이민 수용 정책에 각을 세우며 독일인의 ‘반난민 정서’를 자극해 인기를 끌었다. AfD에 투표한 엔지니어 옌스 토퍼 씨(36)는 “독일이 다음 세대에 난민으로 가득 찰까 봐 두렵다”며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은 독일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향후 험로가 예상된다. 이미 16개 주의회 중 13개 주의회에 진입한 AfD는 이번 총선을 통해 의석 709석 중 94석을 차지했다. 알리체 바이델 공동 총리후보는 총선 직후 “우선순위는 메르켈 조사위원회를 추진하는 것이다. 메르켈 정책을 모두 조사하겠다”고 맹공을 예고했다.

게다가 AfD 의원 중에는 난민에 대한 혐오나 친(親)나치 성향의 인사가 많아 향후 사회 분열이 우려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행동에 수치심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온 판사, 생물학적인 우월론을 앞세운 사회운동을 지지해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에 오른 인물들도 의회에 진출했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235명의 AfD 후보 중 98명이 극우 인사다. 전국에서는 AfD의 약진에 반대하는 반극우 시위가 밤새 이어졌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앙겔라 메르켈#극우정당#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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