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 거부” 고이케 방침 파문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7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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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를 깨고 다음 달 1일 열리는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방침을 두고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주최 측은 27일 항의 성명을 내고 “대지진 당시 발생했던 학살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고이케 지사를 비판했다.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도 25일 “고이케 지사가 지혜와 성의를 갖고 추도문을 지금까지처럼 보내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사에게 보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고이케 지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매년 봄·가을 도위령협회가 주최하는 추모행사에서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고 밝히고 “(조선인 희생자에 대해) 특별한 형태로 추도문을 내는 것을 피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추도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관례적 사무적으로 내고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이번에는 스스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두고서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해와 학살 피해자는 다르다는 것이다. 재일동포 문제 전문가인 니와 마사오(丹羽雅雄) 변호사는 아사히신문에 “전체 희생자의 추모에 학살당한 이들을 포함시켜 버리면 가해의 역사를 보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자경단, 경찰, 군인들이 재일 조선인을 학살했다. 민간단체들은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1973년 도쿄 스미다(黑田) 구 요코아미(橫網) 정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추도행사를 갖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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