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규직 뽑는 기업 늘어났지만…구직자들 정규직 기피 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0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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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쟁점이 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반대로 정규직 구인난이 빚어지고 있다. 정규직을 뽑는 기업이 늘어난 반면 구직자 사이에서는 정규직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달 정규직 유효구인배율(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이 1.01배를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정규직이 되려는 구직자 1명 당 일자리는 1.01개가 있다는 뜻이다. 200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구직자가 일자리 수보다 적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잃어버린 10년’을 지난 뒤 아베노믹스 활황 등으로 일본에서 나타난 일손부족은 주로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지 못해 영업시간을 줄인 쇼핑몰과 24시간 영업을 폐지한 식당이 줄을 이을 정도다.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당할 수 없게 되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정규직 채용 규모가 8.7%나 증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정규직으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다. 정규직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는 지난 달 기준 115만 명으로 3년 전보다 28만 명 감소했다. 인구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은 것도 영향이 있지만 기혼 여성과 노인 등을 중심으로 정규직 기피 풍조가 나타나는 것이 한 원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임금이 안정적이고 복지제도가 충실한 정직원이 되려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은 근무 시간이 짧고 전근도 없는 비정규직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내각부 조사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는 비율은 3.6%로 3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정규직 구인난은 자연스럽게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가 확대될 경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최대 경제목표인 ‘디플레이션 탈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다만 심각한 일손부족이 이어지면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유효구인배율은 지난 달 1.51배로 4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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