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부터 방문… 이슬람권 불만 달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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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후 첫 해외순방
정착촌 건설-2국가 해법 갈등… 이-팔 분쟁 ‘가시적 성과’ 부담
‘이민정책 대립’ 교황과 첫 만남… 나토정상회의 참석 다자외교 데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9일간의 첫 해외 순방에 나선다. 연방수사국(FBI) 스캔들로 내환(內患)에 빠진 트럼프는 취임 5개월 만에 데뷔하는 국제무대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 국내 정치 위기를 타개하려 하지만 방문하는 곳마다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 사우디서 ‘반(反)무슬림’ 인식 지우기(19∼21일)

트럼프가 첫 순방지로 사우디아리비아를 택한 것은 아랍 국가에 ‘트럼프는 반(反)무슬림’이라는 인식을 지우려는 의도(16일 영국 텔레그래프)다. 트럼프가 원하는 ‘이슬람국가(IS) 섬멸’을 현실화하려면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트럼프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다소 소원해진 사우디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트럼프가 두 번이나 내렸던 미국 입국금지 행정명령 여파로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는 이슬람권 국가들을 어떻게 달랠지도 관건이다. 트럼프는 21일 아랍-이슬람-미국 회담에서 요르단, 알제리, 니제르, 예멘, 모로코, 터키, 파키스탄, 이라크, 튀니지 등 이슬람권 국가 지도자와 단체로 만난다. 또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정상과도 따로 만나 친(親)아랍 행보를 선보일 예정이다.

○ 24시간 안에 이-팔 분쟁 중재(22, 23일)

사우디 다음 순방지인 이스라엘에선 24시간 머무르는 동안 중동의 최대 이슈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해야 한다. 트럼프는 순방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각각 만나 정상회담을 가질 당시 이-팔 분쟁의 중재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팔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립서비스 차원의 발언만 해왔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는 가시적인 협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는 우선 네타냐후와 정상회담을 갖고 유대인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한 뒤 마사다 요새에서 연설한다. 이후 베들레헴에서 압바스와 만난다.

이스라엘은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공약을 미룬 채 정착촌 건설에 제동을 거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상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이스라엘 땅을 밟는다. 방문 기간이 짧은 만큼 이-팔의 구체적인 현안을 다루기보다는 두 정상이 자신의 중재하에 평화협상에 나설 의지를 보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선 유세 때처럼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간 팔레스타인의 강한 반발을 살 수 있어 신중한 단어 선택과 입조심이 필수다.

○ 교황 그리고 국제 정상회의 첫 데뷔(24∼27일)

트럼프는 이스라엘 방문 뒤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가 바티칸에서 12억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트럼프와 교황은 기후변화, 난민 위기 등을 두고 대립해왔다. 미국 대선 당시 교황이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건설 공약에 대해 “다리 대신 장벽 건설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크리스천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하자 트럼프는 “종교 지도자가 개인의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모욕적”이라고 받아쳤다. 24일 만남에선 좀 더 부드러운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트럼프가 취임 후 처음 참석하는 국제 정상회의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평소 천명해온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나토를 구시대의 유물인 양 비판해온 데 불만을 품고 있는 나토 회원국들을 달래면서도 특유의 협상력을 발휘해 분담금 인상을 설득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나토 회원국들은 영토 확장 야욕을 보이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지막 일정인 26, 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선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공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각국의 공세를 견뎌내야 한다. 당초 트럼프는 해외순방 전 협약 탈퇴를 선언하려다 보류했다. 정상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미국이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트럼프를 강하게 압박할 공산이 크다. 정상들은 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천명해온 보호주의 무역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트럼프가 이를 어떻게 받아칠지도 관심사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트럼프#해외순방#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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