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청년세대 ‘脫중국화’ 뚜렷… 中 “민간교류 확대로 방향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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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인” 응답 대만인 3.3%뿐… 中, 국민당 중심 접근 벗어나기로
“비정치 기관 통해 다양한 계층 접촉”

지난해 친미 반중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총통으로 당선된 이후 대만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탈(脫)중국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대만에 대한 접근법을 크게 바꾸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위원인 황즈청(黃植誠) 중국군 소장은 이날 “중앙 정부의 대만에 대한 접근 방식이 이전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과 가까운 소식통은 “당국이 친(親)중국 성향의 대만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간 대화에 의존하던 지난 10년의 관행을 축소하고, 비정치 민간 기관 등을 통해 대만 내의 다양한 계층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중국 정부의 방향 전환에 따라 중국 내 대만인들의 조직으로 정치색이 옅은 중화전국대만동포연의회(중화전국대련)가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1년 대륙에 설립된 이 단체는 ‘중국 내 대만인 동향회’격이다.

장얼슝(江爾雄) 중화전국대련 부회장은 3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회의에서 “중화전국대련의 궁극적 목적은 양안의 문을 활짝 열어 더 많은 대만 젊은이들이 대륙으로 와서 좀더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정책 변화는 대만에서 자신을 ‘대만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2015년 정체성 조사에서 대만인의 59.5%가 자신을 ‘대만인’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대만인이지만 중국인이기도 하다’는 33.3%였으며, ‘중국인’이라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2000년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취임해 8년간 ‘대만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역사 및 지리 교과서를 수정한 것도 젊은층의 의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천 총통에 이어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만 중심주의’ 추세는 바뀌지 않았다. 많은 젊은층은 대만이 중국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만이 조국이고 중국은 거대한 이웃국가’라고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왕쿤이(王崑義) 대만 단장(淡江)대 국제관계전략학과 교수는 “대만의 젊은층을 중국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큰 도전”이라며 “중국이 젊은층보다는 중소기업과 교류하기가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젊은층이 대만 중심적이긴 하지만 과거 대만 독립 지지자들에 비해서는 신념이 약해 대륙으로 끌어들이기가 어렵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일자리 부족과 낮은 급여에 불만이 많아 경제적 동기가 부여되면 대륙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대만정책#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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