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이어 佛 기성 정치세력 교체… 變革물결 세계 휩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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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중도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5월 7일 1, 2위 간의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1958년 5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좌우파 양대 주류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가 집권을 독점해온 프랑스에서 두 당 후보가 모두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프랑스를 유럽연합(EU)에서 떼내는 프렉시트(Frexit)를 추진하겠다는 르펜 후보의 결선 진출은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정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르펜의 당선을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르펜의 지지표는 한계가 있어 2002년 결선투표에 진출했다가 떨어진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르펜의 결선 진출은 보호주의라는 조류가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교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 유권자들은 중도적인 흐름에 힘을 실어주는 균형감을 보여줄 것 같다. 결선에서 원내 의석도 없는 마크롱이 르펜을 이길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사회당 정부 경제장관에 임명된 마크롱은 규제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마크롱법’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집권당 분열과 의회의 저항에 환멸해 2016년 4월 새정치운동에 나섰다가 넉 달 후 대선 도전을 선언한 친시장주의자다. 마크롱이 당선된다면 기성 정치권이 강한 불신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런 불신은 이미 미국과 영국을 한 차례 흔들어 놓았다. 지난해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가 거의 모두의 예상을 깨고 후보가 되더니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 경선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할 정도의 돌풍을 일으켰다. 영국에서도 브렉시트를 반대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물러났다.

나라마다 각기 처한 사정은 다르지만 기존의 정치 구도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점은 비슷하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이든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이든 경제를 살리지도 못하고 나라를 테러에서 안전하게 지키지도 못했다고 여기고 두 당을 심판했다.

우리나라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좌우파 집권기를 막론하고 성장률은 하락 추세에 있고 일자리는 계속 없어졌으며 북핵 문제는 악화됐다. 우리 유권자들도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기존 양대 정당 구도에 경종을 울리고 초유의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를 만든 것도 변화를 갈구하는 표심이었다. 그 표심이 2주 후 어떻게 나타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프랑스 대선#에마뉘엘 마크롱#마린 르펜#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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