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이견 美中정상회담 후 한반도 향한 美항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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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전단이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오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의 공군 비행장에 6일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59발을 발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일 첫 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의 공동 해법을 찾지 못하고 끝난 직후라 예사롭지 않다. 미군 핵심 전략자산의 급파는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심각한 도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태세가 돼 있다는 경고를 평양과 베이징에 하기 위한 압박용이다. 칼빈슨함이 지난달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이미 참가하고 호주로 가려다 회항하는 만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북핵 문제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독자적 해법을 강구하겠다고 예고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공동 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도 없이 끝나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과 북한 문제의 심각성 및 대응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한 미국 입장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회담 브리핑엔 구체적 내용이 없어 핵심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방침을 천명해 중국이 북핵 해결에 적극 동참하도록 압박하고, 사드 보복도 못 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으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미중은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한 것처럼 시한을 정해서라도 북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특단의 결의를 다져야 한다. 이번엔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을 늘려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느라 북핵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감이 있지만 중국이 계속 비협조적이라면 미국도 대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전술핵 한국 재배치, 김정은 암살을 포함한 대북 옵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 언론들이 칼빈슨함의 움직임을 주요하게 다룬 것도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중의 선택에 한반도의 장래가 달라지는 엄혹한 현실에서 양국의 고공 플레이를 그저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정권 교체기이지만 황 권한대행과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미중 정상이 실제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공개되지 않은 막후 논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합의까지는 안 됐더라도 미중 정상이 한반도의 장래를 놓고 모종의 대화를 나눴을 개연성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단독으로 취할 대북 행동에 대해선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한국의 안위가 우리도 모르게 결정되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칼빈슨함#시진핑#북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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