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정책의 큰 틀 새로 협상할 첫 美中 정상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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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과 7일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 ‘스트롱맨’의 첫 만남이어서 동북아 질서는 물론이고 한반도 운명을 가를 역사적 이벤트다. 백악관은 “남중국해, 무역, 북한 등 논의해야 할 큰 문제들이 있다”고 의제를 밝힌 바 있다. 중국이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트럼프 대통령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무역적자 문제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북핵 위기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소용돌이치는 우리의 외교안보 지형에도 일대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금융활동 및 자금원 확보에 관여해온 북한 기업 ‘백설무역’과 북한인 11명을 독자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조치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기선을 잡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역력하다.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북핵 개발을 포기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중국의 정쩌광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달 31일 정상회담 사전브리핑을 통해 미북 평화협상을 주장하면서 북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강조했다. 기존 입장에서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으로선 남중국해 문제 같은 사활이 걸린 지역을 우선적으로 지키기 위해 북핵 문제를 ‘타협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문제는 미국이 무역적자와 일자리 같은 자국 이익을 희생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압박할지 여부다.

한반도 문제가 이처럼 중요한 외교안보 문제로 부상했지만 당사국인 한국이 정작 테이블에서 배제되는 일명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시 주석이 안보나 경제 부문에서 트럼프가 만족할 만한 ‘통 큰 합의’를 해주고, 미북 회담 같은 카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TV에 나와 “코리아 패싱이란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는 용어”라며 “한국 외교가 외교 지평을 확대하는 한가운데에 섰다”고 자화자찬했다. ‘미중 러브콜’ 운운하며 국익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 장본인의 이런 안이한 인식이야말로 한국 외교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협을 가하면서 중국을 최대한 압박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립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중 간의 분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 또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이 구체화하면 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코리아 패싱#시진핑#트럼프#미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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