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하나의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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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에서 2016년을 상징하는 한자는 괴로울 ‘고(苦)’다. 대만 롄허(聯合)보에 따르면 ‘올해의 한자’ 후보 51자를 놓고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결과 ‘苦’가 1위를 차지했다. 여느 해보다 자연재해가 많았던 데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집권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경제에까지 파장이 일었기 때문이다.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요즘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언행으로 중국 정부에 각을 세우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1992년 11월 홍콩에서 중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형식상 민간기구가 회담을 갖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해석은 각자에 맡긴다는 데 합의한 ‘92공식’에서 비롯됐다. 즉, 하나의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데 동의한다(agree to disagree)는 의미다. 당연히 대만 국민당은 신해혁명으로 1912년 건국된 중화민국을 ‘하나의 중국’으로 보고, 중국은 1949년 성립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차이 총통의 민진당 정부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고 ‘92공식’도 부정하면서 양안 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솔직히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전혀 안 도와준다. 왜 우리가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예민한 급소를 찔린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될 경우 양국 관계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트럼프의 도발적 발언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린다. 남중국해와 통상 문제 등을 둘러싼 대중 협상에서 양보를 이끌어 내려고 떠보는 전략인지, 북핵 제재의 동참을 압박하려는 의도인지 등. 어느 쪽이든 ‘하나의 중국’을 놓고 미중이 신경전을 벌이면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탄핵 정국의 와중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도에 폭풍우가 몰려온다. 내우외환(內憂外患)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지, 지금 우리 앞에 엄중한 과제가 놓여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대만#트럼프#하나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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