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대신 고통 주는 미국 대선, 국민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15시 56분


코멘트
클린턴과 트럼프의 각종 사건과 추문이 유권자의 불안 걱정 공포 유발
전문가들, "역대 최고의 갈등 대선, 거의 남북전쟁 수준" 평가
억지로 걱정과 불안 멈추기 힘들어
'대선 얘기는 점심시간에만' 같은 방식으로 대선과 다른 일상 구분하는 노력 필요



부형권 뉴욕 특파원
부형권 뉴욕 특파원
올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은 '함께 하면 더 강하다'고,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70)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외치고 있지만 상당수 미 국민은 희망 대신 스트레스만 느끼고 있다.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이나 트럼프의 납세 자료 관련 사건들은 국민의 '불신감'을 크게 하고, 트럼프의 최근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 발언은 '대선 이후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동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냐'하는 걱정을 낳게 하기 때문이다. 또 총기 소지 권리 옹호자(수정헌법 2조 지지자)들은 '클린턴이 집권해서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해 수정헌법 2조(총기 소지 권리 인정)의 취지를 약화시키고 총기 소지를 크게 제한하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임상사회복지사나 정신과전문의 등 전문가들은 "갈등과 분열의 수준이 이 정도인 선거는 최근 몇 십 년 간 없었다"며 "거의 남북전쟁 같다"고 평가할 정도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52%)이 '이번 대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계기로 실태를 취재해 보니 실제로 미 국민들의 불안 걱정 공포 등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APA가 성인 3511명을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의 55%, 공화당 지지자의 59%가 '대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지지 정당에 상관없이 "이런 대선 판국에서 어떻게 하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을 수 있느냐" "누가 우리(국민)를 제대로 보살펴 줄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심리치료 및 정신과 관련 전문가들이 전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근무하는 임상사회복지사 수 엘리어스 씨는 "30년 간 심리 상담 등을 해왔지만 올해처럼 고객(환자)들이 대선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건 처음"이라며 "(심리적) 갈등 수준이 마치 남북전쟁 때 같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비디오 파문, 그에 대한 맞불작전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사건들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비슷한 피해를 당했던 여성들은 악몽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심리치료사들은 "스스로 '이런 걱정하지 말자'고 다짐한다고 해서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대선 관련 생각이나 대화'의 시간을 점심시간 등으로 제한하고 그 외 시간에 전혀 다른 일을 하도록 일상을 관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APA도 △대선 관련 뉴스를 스마트폰 등으로 계속 접하지 말고, 일종의 '디지털 휴식' 시간을 가져라 △논쟁이 격화될 것 같은 사람과는 대선 얘기를 아예 시작하지도 말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큰 걱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원봉사 등 실현가능한 시민참여활동을 해라 등을 조언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후보들의 TV토론 등 대선 관련 뉴스를 볼 때 술을 마시지 말고 아예 요가나 체조 같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해라. 그것이 당신의 정신 및 육체 건강 모두에 좋다"며 '대선 관전용 요가' 자세를 소개하기도 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