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기계’ 개발 3명에 노벨화학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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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10나노미터 기계로 과학 새 지평”
외부 자극따라 움직이는 특수분자… 암세포 치료제 등 효용 무궁무진

 
올해 노벨 화학상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를 설계하고 합성한 유럽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 시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출신의 장피에르 소바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72), 영국 출신의 프레이저 스토더트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74),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나르트 페링하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65)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기계적 결합’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분자 기계(molecular machines)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상을 수여한 이유를 밝혔다.

 
분자 기계는 외부 자극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특수한 형태의 분자를 말한다. 크기가 1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 수천분의 1에 불과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로 불린다. 보통 분자들은 원자들이 서로 전자를 공유하면서 강하게 결합하는 공유 결합(화학적 결합)에 의해 연결된다. 하지만 분자 기계는 화학적 결합이 아니라 기계적인 결합을 이룬 것으로, 각 분자가 연결된 뒤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분자 기계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소바주 교수로, 1983년 2개의 고리형 분자를 서로 연결해 ‘카테네인(catenane)’이라는 분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귀금속 세공사들이 반지 두 개를 정밀하게 가공해 하나로 묶어놓은 것과 같다. 카테네인은 외부에서 화학적인 자극을 주면 고리는 그대로 연결된 채 두 분자가 구조를 바꾸며 움직인다.

 스토더트 교수는 1991년 두 번째 분자 기계인 ‘로탁세인(rotaxane)’을 개발했다. 로탁세인은 얇은 실 모양의 분자에 고리형 분자를 꿴 분자다. 그는 로탁세인을 기반으로 분자 리프트, 분자 근육, 분자 기반의 컴퓨터 칩도 개발했다.

 페링하 교수는 1999년 분자 모터를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그는 같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회전할 수 있는 분자 날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분자 모터를 활용해 페링하 교수는 분자 모터보다 1만 배 큰 유리 실린더를 회전시키기도 했다. 이후에는 분자로 이뤄진 ‘나노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김종승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분자 기계는 주머니처럼 볼록한 부분이 있어서 환경에서 유해물질을 분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수은 등 중금속을 포집해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에 쓸 수 있고, 암세포 치료제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링하 교수는 “아직은 연구의 초기 단계지만 모든 종류의 기능을 상상할 수 있다”며 “앞으로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0.1nm 크기의 원자들을 정밀하게 가공해 자연계에 있지 않은 분자를 새로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수상자들이 만든 분자는 기하학적으로 굉장히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며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특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노벨상의 상금 800만 크로나(약 10억4000만 원)는 세 명이 3등분 해 받는다.

변지민 here@donga.com·송준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분자기계#노벨화학상#소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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