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세르비아 前외교 유엔총장 후보 급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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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선거서 부각 안된 ‘비주류’… WSJ “상임국 비토 가능성 적어”

 
유엔 사무총장 선거가 거부권을 가진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P5·five permanent members) 간의 대립 양상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에 빠졌다. 유엔 안팎에선 “특히 미국 대 중국 러시아의 갈등이 심화되면 양측 모두로부터 비토(거부)당할 가능성이 적은 중간 지대 후보가 급부상하며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세르비아의 부크 예레미치 전 외교장관(41·사진)을 꼽고 “유엔 개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예레미치 전 장관이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했고 2000년 유고의 전 독재자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부를 무너뜨린 사회주의 운동을 이끈 경력이 있는 데다 유엔의 관료주의와 부패 등 고장 난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예레미치 전 장관은 지금까지 4차례 실시된 안보리의 차기(9대) 사무총장 예비선거에서 ‘톱3’에 들어 본 적이 없는 비주류여서 WSJ 주장은 다분히 “P5가 덜 반대할 사람이 최선의 카드라는 의미”라고 유엔 소식통들은 해석했다.

 예비선거에서 선두를 달린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는 지난해 12월까지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를 지냈는데 재직 중 규정 위반으로 유엔 내부 감사의 지적을 받은 점과 ‘왜 서방 국가 출신이냐’는 중국 등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올해 4월 재임 중 ‘규정을 벗어난 자산 배분’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최근 예비선거에서 2위까지 올라간 미로슬라프 랴차크 슬로바키아 외교장관은 체코의 옛 공산 독재 정권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고 친(親)러시아 인사란 점에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탐탁지 않게 여긴다.

 또 여성 후보 중 선두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고 러시아 전승 기념 퍼레이드 등에 참석한 점이 부담스러운 과거 경력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유엔 관계자는 “차기 사무총장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데다, 최초의 여성 총장 탄생에 대한 기대도 컸으나 막상 투표 절차가 시작되자 P5의 입김에 좌우되는 ‘그들만의 선거’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 투표는 다음 달 초부터 거부권 있는 상임이사국과 그렇지 않은 비상임이사국(10개국)으로 구분돼 실시된다. 최종 결과는 10월 말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세르비아#유엔총장#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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